▲ 김치 ⓒ천지일보(뉴스천지)

‘김장문화’ 유네스코 등재 1년 됐지만
중국산 김치순수입국 전락한 지 ‘오래’
휴게소 95%, 식당 90% 이상 중국산
FTA로 중국산 김치 관세 더 낮아져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대한민국은 김치 종주국이다. 지난 14~16일에는 ‘김장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주년을 기념하는 김장문화제도 성료했다. 그러나 정작 김치 수출로 가장 크게 웃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아닌 중국이다.

김치 종주국인 한국의 김치산업은 ‘중국과 힘겨운 경쟁, 국내 원재료 수급 불균형,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김치 소비’라는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산 김치순수입국으로 전락한 지 오래인데다 5년째 김치 수입량이 국산 김치의 수출량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세계 60여 개국에 판매되는 국산 김치 수출량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2만 5000t 안팎으로 정체상태지만 수입량은 2003년에 수출물량을 넘어선 이래 2011년부터는 20만t 이상씩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수입 김치 전량은 중국산이다. 반면 국산 김치 수출량의 80% 이상은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중국산 김치 수입액은 지난 2009년 6633만 달러에서 해마다 급증해 지난해 1억 1743만 달러로 급증했다.

대한김치협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고속도로휴게소는 이미 중국산 김치가 95% 이상을 장악했다. 식당이나 대량급식소도 90% 이상 중국산 김치를 쓴다. 중국산 김치 수입이 급증하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국산 김치는 1kg당 6000~7000원 수준이지만, 중국산 김치는 1kg당 1000~1200원에 팔린다.

최근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김치 무역수지를 더욱 악화시킬 전망이다. 중국산 김치뿐 아니라 김치에 들어가는 양념 채소와 일명 ‘다대기’도 20%에서 18%로 관세가 낮아진다.

국내 모 김치업계 관계자는 “국내 김치 제품에 배추까지만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면서 “김치 재료까지 무분별하게 수입될 경우 국내 김치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치 15만t이 수입되면 원료 배추는 약 30만t, 고추는 1만 1000t, 마늘은 5400t 이상 소비가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산 김치의 대중국 수출 길은 사실상 막혀있다. 중국이 한국 김치에 자국의 ‘파오차이(삶은 뒤 절인 배추)’ 위생기준(100g당 대장균군 30마리 이하)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시 박근혜 대통령의 요청으로 시진핑 주석이 한국산 김치의 검역조건 완화를 검토하기로 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농식품부 측은 이번 협상에서 김치 수출과 관련된 검역위생문제가 공식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내 김치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김치가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 불가피 하다면 우리나라 김치의 수출 길을 열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토로했다.

관계자들은 김장문화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한국인의 고유한 김치문화를 계승하는 것은 물론, 산업으로도 연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특히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김치를 개발하고, 수출시장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일본의 기무치와 차별화하고 중국산 저가김치에 대응해 김치를 고급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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