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미산책] 추탕과 추어탕 이야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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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래기탕’과‘ 원주추어탕’

▲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서울식 추탕(鰍湯)처럼 통미꾸리로 끓이는 탕은 고양시를 중심으로 한 경기 북부지역의 ‘털래기탕’과 원주시를 중심으로 한 강원도식 ‘원주 추어탕’이 있다.

‘털래기탕’은 2002년 필자가 불교TV를 통해 처음 소개했다. 고양시 행주산성 근방에서 웅어를 촬영하고 있던 찰나에 미꾸라지를 아무 도구 없이 손으로 잡는 어신(魚神)이 있다는 지인의 소개로 그를 만나 고양시 공릉천에서 직접 손으로 미꾸리를 잡는 모습을 촬영했다.

필자가 어신이라는 분에게 “이 미꾸라지를 잡아 고양시에서는 어떻게 해 먹습니까?”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털래기탕을 해 먹는다고 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그렇다면 “털래기탕을 직접 끓여 볼 수 있느냐?”고 물으니 할 수 있다고 해 그날 잡은 미꾸리로 털래기탕을 끓이는 장면을 촬영해 방송에 나가게 됐다. 이후 고양시의 털래기탕은 서서히 고양시를 비롯한 경기 북부지방의 향토 별미로 인터넷 등 언론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털래기탕은 주로 여름철 천렵(川獵) 후 끓여 먹는 서민음식이다. 통미꾸라지와 각종 채소, 수제비, 마른국수, 민물새우들이 어우러진 상태에서 고추장을 풀어 마무리한다. 매운탕도 아니요, 추어탕도 아니요, 어죽도 아니요. 이게 바로 미꾸리 털래기라는 음식이다.

먼저 국수를 건져 먹고, 각종 건지를 건져 먹고 국물까지 떠먹다 보면 어느새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소주와도 참 잘 어울리는 음식이고 안주다. 꼭 주당이 아니라도 왠지 차가운 소주 한잔이 생각나게 하는 음식이다.

털래기탕에는 통미꾸리가 들어간다. 하지만 새끼손가락 정도의 작은 놈이라 거부감도 없고, 비린내나 흙내도 안 난다.

‘털래기’는 여러 가지 야채와 국수, 수제비를 털어 넣고 끓인다고 해 ‘털어서 넣는다’란 말에서 유래됐다. 강원도 추어탕 역시 추탕 식의 통미꾸리로 끓여 내는 것이 서울의 추탕이나 경기도 털래기탕과 같다.

갈아서 하는 추어탕은 대부분 몸통이 크고 꼬리 부분이 납작한 미꾸라지를 이용하지만 추탕은 몸통이 작고 꼬리 부분이 동그란 미꾸리로 끓여 야 혐오감도 적고 맛이 있다. 그러나 서울 추탕과 강원도의 추어탕은 또 다른 미꾸리를 사용한다. 서울 추탕은 미꾸리를 쓰지만, 강원도 추어탕은 쌀미꾸리로 끓인다.

미꾸리와 미꾸라지가 열 개의 입수염을 달고 있는 데 반해 쌀미꾸리는 수염이 여덟 개 달려 있다. 쌀미꾸리를 영어로 ‘eight barbel loach’라고 표기하는 것도 ‘수염이 여덟 개인 미꾸리’라는 뜻이다.

또한 쌀미꾸리는 덩치가 비교적 큰 미꾸라지와는 달리 체장이 6㎝ 내외의 아주 작은 물고 기여서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거의 전 지역에 분포하지만, 태백산맥 동쪽인 영동지방에 더 많이 서식하고 있어 영동의 일부 지역에 서는 아주 많이 잡히다 보니 강원도에서는 추어탕 재료를 주로 쌀미꾸리 로 쓴다.

그러나 쌀미꾸리는 미꾸라지와 매우 비슷하게 생겼지만 가까운 종은 아니다. 미꾸리와 미꾸라지, 기름종개, 새코미꾸리, 참종개 등은 미꾸리 과에 속하지만, 쌀미꾸리는 종개, 대륙종개 등과 같이 종개과에 속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모습이 같아 보여 대부분 이 물고기를 구분하지 못하고 그저 미꾸라지 새끼로 취급해 버리기 일쑤다.

강원도 추어탕의 대표적인 추어탕은 ‘원주 추어탕’이다. 원주 추어탕 역시 쌀미꾸리를 이용해 탕을 끓이는데, 손님상에 작은 솥을 놓고 즉석에서 탕을 끓여낸다.

일부 강원도 추어탕 중에 미꾸라지를 갈아 추어탕을 끓이는데, 이는 전라도나 경상도 등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순수한 강원도 추어탕은 쌀미꾸리를 통으로 넣어야 지역 특색을 살린 향토음식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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