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실내 실탄사격장에서 난 화재로 일본인 관광객을 포함한 10명이 숨지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중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 중인 사람들도 중태로 알려져 사망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안타까울 따름이다.

국제도시 부산에서 발생한 국제적인 망신이자 후진국적인 인재여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화재가 발생한 실탄사격장은 일본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필수 코스로 쇼핑과 함께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장소인 실탄사격장은 징병제인 우리나라와 달리 군대에서 사격을 할 수 있는 경험이 없는 일본인에게는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관광코스였던 셈이다.

이번 화재로 주먹구구식 행정과 서비스가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오는지 값비싼 희생을 치르면서 배웠다.

실내 사격장이라는 특성상 방음·차폐시설을 갖춰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순식간에 실내에 가득차 사람들이 출입구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대형참사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불과 열흘 전에 소방 당국이 사고 현장 점검 당시 별다른 지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부실 점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국은 형식적인 점검으로 마무리해 이번 화를 불러왔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화재를 거울 삼아 소방 당국은 겨울철 화재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관광 당국도 무리한 관광 상품 개발이나 위험 요소가 내재한 관광지에 대한 안전점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화재 피해자가 우리 국민뿐 아니라 외국인인 일본인까지 포함됐다는 점에서 신속히 마무리돼야 하며 한일 양국 마찰로 비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오랜만에 한일관계 정상화를 꾀하는 정부로서는 이번 화재로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화재 발생 하루만인 15일 정운찬 국무총리가 현장을 찾아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정 총리의 사과는 일국(一國)의 총리로서 지나친 면이 있다. 일부 네티즌들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용산참사와 비교하면서 “자국민을 죽여 놓고는 당당한 모습, 일본 국민 앞에서는 무릎 꿇는 모습”이라며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신속하게 사태 수습을 하려는 의지도 좋지만 정 총리의 무릎까지 꿇는 행동은 국격(國格)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모습과 다소 엇나가는 행보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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