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과 대금, 해금, 장구의 반주에 맞춰 마이클 잭슨의 ‘Love never felt so good’을 커버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는가? 소리아밴드의 커버 영상은 국악과 대중음악의 만남이 어색하기는커녕 처음부터 잘 어울렸던 것처럼 자연스럽기만 하다. 감미로운 음악에 마음이 녹을 무렵 이들이 전하는 신국악이 궁금해진다.

▲ 소리아밴드 공연 모습 (사진제공: 소리아밴드)
아름답고 매력적인 다섯 멤버가 무대에 올라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보컬의 파워풀한 가창력은 듣는 이들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강렬한 사운드와 화려한 무대 매너, 여기까지는 여느 걸그룹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 순간 가야금과 해금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이어 보컬과 함께 무대 한가운데서 장구를 치며 퍼포먼스를 벌이는 멤버가 눈에 들어오고, 대금을 부는 소리에 마음이 녹는 것 같다.

이들의 음악 중심에는 ‘국악’이 있다. 멤버들은 가야금, 대금, 해금, 장구 등 국악기를 연주하고, 가사와 곡에도 ‘아라리가 났네’ ‘어기야디여라차’ 등 익숙한 우리 전통음악이 들어간다.

그런데 팝과 재즈, 일렉트로닉, 하우스음악 등이 그 속에 섞여 있다. 국악과 대중음악 요소를 접목한 트렌디한 사운드에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곁들인 ‘신(新)국악’의 무한도전이다.

‘한국음악의 현대화, 대중화 그리고 세계화’를 외치며 국악 연주와 대중음악을 접목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신국악 걸그룹 ‘소리아밴드’를 지난달 16일 만났다. 무대 위 강렬한 모습과는 달리 여느 20대 초중반의 아가씨들처럼 앳되고 순수한 모습들이다.

▲ 지난달 16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소리아밴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청아, 타야, 쏘이, 혜정, 하늬 ⓒ천지일보(뉴스천지) 

‘Soul of KOREA’라는 뜻의 소리아(SOREA)밴드는 지난 2006년 첫 선을 보인 이후 전 세계를 돌며 600회 이상의 공연을 가졌다. 현재 소리아밴드 멤버는 보컬을 맡은 쏘이, 타악과 거문고를 맡은 타야, 가야금의 혜정, 대금과 소금의 청아, 해금을 연주하는 하늬 등 국악과 실용음악을 전공한 실력파 아티스트 5명으로 구성됐다.

소리아밴드는 보사노바, 켈틱뮤직, 레게, 탱고 등 각국의 전통음악과 견주는 우리의 음악으로서 ‘국악’을 세계에 알리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한국문화의 다양한 요소와 세계의 트렌드를 접목한 문화 콘텐츠 개발로 진정한 한류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유튜브에 공개된 이들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음악과 전 세계를 누비며 가진 많은 공연으로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인사가 됐다.

대중에게 어필되는 소리아밴드의 매력은 무엇일까. 멤버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봤다.
“우리가 고루하게 생각하는 옛 시대의 ‘국악’이 당시의 대중음악이었으니, 지금 우리 국민들이 듣고 있는 음악은 현재의 국악(國樂)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요즘 케이팝과 일렉트로닉, 라운지 음악이 젊은 세대가 듣는 주류 음악인데, 소리아밴드는 그 현대적인 사운드에 우리 전통음악을 조화롭게 접목시키고 거기에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퍼포먼스를 가미한 ‘신국악’을 제시하고 있어요. 지난 10년간 꾸준히 발전시켜 온 소리아밴드의 신국악이 넥스트 케이팝이라고 자부합니다.”

“신국악 걸그룹은 아직 많은 분들에게 생소한 단어라는 것을 알아요. 그 점이 단점이지만 동시에 장점이기도 해요. 많은 걸그룹과 아이돌이 전 세계 팬덤을 확보하고 있지만, 국악적 요소와 접목해 젊은 음악을 펼치는 걸그룹은 아마 찾아보기 힘들 거예요. 국악기를 잠깐의 소스로 활용하는 프로젝트성이 아닌 음악의 태생 자체에 한국적 요소와 현대적 트렌드를 지니고 있는 독보적인 음악이 ‘신국악’이예요. 그 독특함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소리아밴드를 사랑하는 페이스북 팬이 2만 명이 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전통’ ‘국악’에서 느껴지는 거리감과 국악의 변화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단점으로 여겨진다. 멤버들은 그런 이유로 차별화되는 그들의 음악이 오히려 장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리랑을 모티브로 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아라리가.났.네(Araliga.Nat.Ne)’를 발표해 한국적인 정서와 세계적인 트렌드를 잘 소화했다는 호평을 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대적인 트렌드를 제시하는 민화작가로 정평이 나있는 라오미가 참여한 뮤직비디오 역시 파격적인 음악만큼이나 화제를 낳고 있다. 라오미와 소리아밴드가 공통적으로 지닌 ‘최첨단의 기술로 무장한 전통문화’를 하나의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소리아밴드는 대중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노력으로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리아밴드만의 스타일로 커버한 UCC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한류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소녀시대, 빅뱅, 2NE1 등의 히트곡과 유명 팝송을 국악버전으로 연주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 이를 통해 대중들은 친숙한 음악을 신국악으로 들었을 때의 신선함과 국악기의 매력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대중의 기호와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고, 대중은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하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에는 ‘한국적인 것’이 들어있다고 생각해요.”

▲ 지난달 16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소리아밴드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타야, 혜정, 하늬, 청아, 쏘이 ⓒ천지일보(뉴스천지)

지금껏 많은 공연을 해왔지만 특히 더 기억에 남는 공연은 무엇이었을까.
혜정은 지난달 3~4일 서울 올림픽공원 뮤즈 라이브홀에서 열린 소리아밴드의 단독콘서트 ‘2014 리미티드 콘서트’를 제일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꼽았다. 장구 가야금 거문고 대금 소금 해금 꽹과리 등 국악기와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한 다채로운 퍼포먼스는 물론 그간 선보인 국악에 팝과 재즈 등 각종 대중음악 요소를 접목한 차별화된 공연을 펼쳐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번 콘서트는 200명의 관객들과 가까이 밀착해 같이 호흡하고 느끼는 콘서트여서 더욱 좋았다고 회상했다.

청아는 지난달 11~12일 열린 ‘2014 이태원 지구촌 축제’에 초청돼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공연했던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타야는 ‘대한민국 한복페스티벌 in 울산’에 지난 1회에 이어 이번 2회 때도 초청받았던 것이 좋았는데, 신국악과 한복페스티벌의 취지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벌써 3회 초청도 예약돼 있다. 하늬는 군부대 순회공연이 새로운 경험인 것 같다면서 “장병들이 정말 좋아해주니까 오히려 저희가 기를 받고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쏘이는 ‘리스타트 더 쇼(Restat the show)’ 등의 곡이 수록된 앨범 ‘Monsterious Story’가 미국 공영방송 PBS의 다큐멘터리 ‘김치연대기(Kimchi Chronicles)’의 배경음악으로 쓰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소리아밴드의 음악이 미국 전역에 퍼지게 됐고, 2011년 미국 백악관 영빈관에서 특별공연을 가진 데 이어 미국 순회공연까지 펼치게 됐다. “장난삼아 말씀드리지만, 월드스타 싸이보다 2년 먼저 백악관 공연을 갔다는 걸 계속 말씀드리고 있어요.”

▲ 왼쪽부터 하늬, 타야, 쏘이, 청아, 혜정 (사진제공: 소리아밴드)

소리아밴드는 해외 유명 아티스트와 콜라보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아직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미국 메이저 아티스트 기획사와 계약을 하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국악을 알리고, 전 세계인이 즐겨듣고 찾아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서의 ‘신국악’의 매력을 선보이고, 그렇게 쭉쭉 뻗어나가기를 희망해요.”

그에 맞게 소리아밴드는 음악뿐 아니라 미술, 디자인, 영상에도 새로운 시도를 펼쳐 시각과 청각, 감성과 기술 등 모든 감각을 깨우는 음악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아가 전 세계 음악시장의 중심인 미국에서 신국악을 알리고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싶은 꿈이 있다.

“빌보드차트 1위를 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한 소리아밴드의 음악이 널리 사랑받길 바란다.

[박혜옥 기자] ok1004@newsc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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