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보사례편람에 관례 때 입던 예복의 하나인 ‘사계삼’ 앞뒤의 각 부분에 대한 설명이 기록돼 있다. (사진제공: 한국학중앙연구원)
성인식·관례·혼례·상례·제례문화
의복·제사상 등 자세한 그림 설명
독자 접근성과 이해 지평 높여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현대사회의 한국에서는 매년 5월 셋째 월요일이 ‘성년의 날’이다. 이날은 만 20세로 성년을 맞은 젊은이들에게 꽃 등을 선물하며 축하한다. 조선시대에도 이러한 ‘성년 의 날’ 풍경이 있었을까. 조선시대 예법을 담은 ‘증보사례편람’ 관례편을 보면 당시의 남녀 젊은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성인식을 치르는지 자세히 나와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이배용, 한중연)이 최근 증보사례편람 역주본(문옥표, 이충구)을 발간했다. 책은 증보사례편람의 원문 번역 및 관련 주석의 추가와 동시에 원본을 함께 소개함으로써 조선시대 관혼상제의 종합적 이해를 위한 기초자료 제공에 역점을 둔 결과물이다.

역주본 52페이지부터 103페이지까지에는 조선시대 성인식의 절차 및 준비물 등이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책에는 “남자 나이 15세에서 20세까지 모두 관례를 할 수 있다. 여자가 시집을 가게 되면 계례를 한다”와 같은 기본적인 사항은 물론 “관례는 어른의 책임을 지우기 위한 것이다. 관례를 행한 뒤 어른의 일로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면 평생토록 어른으로 대접하지 않는 것이니, 부질없이 이러한 예를 행하기만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는 뼈있는 조언도 명시해 인상적이다.

성인식 외에도 조선시대 혼례법과 장례문화, 제례문화도 자세히 기록돼 있다. 혼례는 가문에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는 중요한 행사로 여러 절차에 의해 행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도 장례, 즉 상례는 특히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증보사례편람 8권 중 상례는 무려 5권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일로 경황이 없는 이들을 위해 그 내용을 매우 자세히 설명하고, 복잡한 촌수 관계를 고려한 상례 절차도 소개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행해진 다양한 제례문화도 상세하게 기록됐다. 매년 4회 진행하는 사시제, 9월 아버지께 지내는 계추, 매년 조상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기일제, 3월 무덤에서 지내는 묘제 등에 대해서다.

또 아들을 낳았거나 관직을 받았을 때, 혹은 강등됐을 때 그 일을 조상에게 알리는 글의 양식이나 또 이사할 때에도 이를 알리는 글이 있어 당대 조상에 대한 세심한 행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살필 수 있다. 제사상을 어떻게 차리는지도 그림으로 설명돼 있다.

증보사례편람은 조선 후기 학자이자 정치가인 이재(李縡)가 편술한 ‘사례편람’을 후대에 황필수·지송욱이 보완해 펴낸 책이다. 사례편람은 관혼상제의 사례(四禮)에 대한 종합적인 예서로, 주자의 가례나 상례 비요 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증보사례편람에는 관례, 혼례, 상례, 제례에 관한 내용이 매뉴얼처럼 상세히 담겨 있다. 특히 이전의 번역본들에서 다뤄지지 않은 본주(本註, 글의 원래 뜻을 푸는 것)와 세주(細註, 글을 자세하게 푸는 것)까지도 빠짐없이 완역했다. 역주를 덧붙여 독자들의 접근성과 이해의 지평도 높였다.

한중연은 “완역본은 조선시대의 관혼상제 의식이 남존여비 적이며, 허례허식에 젖은 것이라는 왜곡된 편견에 대해 그 의식의 중심에는 ‘사람’이 담겨 있으며, 절차 하나 하나에도 신중한 의미가 담겨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특히 일제강점기와 산업화시기를 거치면서 거추장스럽게 인식됐던 관혼상제의 의미를 되새기고, 현대에 맞게 계승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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