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신교 내에서 여성 목사 안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 9월 22~26일 광주 겨자씨교회에서 열린 예장합동 총회에서 총신대 학생 및 교인들이 신학대학원 입학 허락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왼쪽). 총신대 본관 건물 7층 내벽에는 아직도 ‘총신대 신대원 여성 입학제한 가결에 대한 반대 성명서’ 대자보가 붙어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총신대, 신대원 여학생 입학 봉쇄했다가 반발 일자 철회
석사학위 취득해도 목사 안수 받지 못하는 현실은 여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500년 전 마틴 루터는 모든 사람이 사제가 될 수 있고, 설교도 할 수 있다는 ‘만인제사장’이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치며 종교개혁을 이끌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모두가 다 제사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둔 한국교회는 갈 길이 멀다. 여성이 제사장이 될 수 있는 턱은 아직도 높다.

가장 높은 벽을 세운 교단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다. 예장합동에서 여성들은 목사가 될 수 없다. 그나마 최근에 통과된 규정에 따라 겨우 신학대학원 석사과정까지는 밟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지난 9월 19일 총신대 운영이사회는 총회 직영 및 인준 신학대학원의 목회학석사 과정에 노회 추천 목사 후보생만 입학하도록 요청하는 헌의안을 가결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여성들이 목회학석사 과정에 입학하는 것을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예장합동은 여성 목사를 인정하지 않기에 노회가 추천하는 목사후보생은 기본적으로 모두 남성이기 때문이다. 이에 사실상 여성들의 목회학석사 과정 입학이 차단됐다며 반발이 거셌다.

지난 9월 말 열린 정기총회에서는 여성 목사 안수 문제와 여학생의 신학대 석사과정 입학 등의 문제가 다뤄지길 바란 학생 및 단체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그러나 총회에서는 여성 관련 안건이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총신대 석사 돼도 목사는 못 돼

이에 총신대학교 학생들의 반발은 더욱 커졌다. 총신대 신대원 교수회도 거들었다. 교수들은 총회 직후 ‘원우들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하고 “여성들도 목회학석사 과정을 공부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교수회는 “그동안 열악한 조건과 전망 속에서도 주께로부터 받은 사역자의 소명을 이루기 위해 준비해온 여성 지원자들이 심각한 마음의 상처와 좌절을 겪고 있는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통감했다. 이어 “사역자로서 부름 받고 훈련 받기를 원하는 여성들도 남성들과 함께 목회학석사 과정에서 동등하게 교육받고 훈련 받아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고 본 과정에서 계속해 교육받고 훈련 받도록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한다”고 힘을 실어줬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총회신학원 운영이사회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의 여성입학을 차단하는 결정을 급하게 철회했다. 운영이사회는 지난달 15일 “최근 긴급 임원회를 갖고 차기 이사회에서 ‘목회학석사 과정 입학자는 노회 추천 목사후보생으로 한다’는 규정을 ‘목회학석사 과정 입학자는 노회의 추천을 받도록 한다’로 변경하기로 했다”면서 “규정 변경 건이 운영이사회를 통과하면 여학생들은 당회장 노회장 추천서를 제출하면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여성 목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해석이 가능한 문구이다. 그러나 여학생들이 석사과정까지 이수하고도 목사가 될 수 없다는 현실에는 차이가 없다.

◆“신약 복음, 남녀 차별 없어”

이에 여성의 목회에 대한 신학적인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성경적으로 봐도 여성의 목회가 타당하다는 것이다.

예장합동 소속 측 신학자인 수원신학교 이석봉 교수는 뉴스앤조이에 기고를 통해 여성이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는 근거로 ▲구약 때 여자 드보라를 사사로 세움 ▲신약 예수님을 통해 남녀 차별 없는 만인제사장 시대가 됨 ▲성령세례를 받은 자는 여성이라 할지라도 그리스도와 하나이기에 안수할 수 있음 ▲사도행전 2장 14절 설교에 따라 여성에게도 성령이 임함 등을 제시했다.

그는 “구약에 남녀를 차별하던 시절에도 성령이 충만한 드보라 같은 사사를 세워 이스라엘 민족을 지도하게 하셨다”며 “남녀의 차별이 없는 신약 복음 안에서 앞뒤가 꽉 막힌 이론으로 길을 막는 어리석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여성 목사 2명 중 1명 “성차별 당했다”

여성 목사를 인정하는 타 교단도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는 올해 들어서 겨우 정기총회에서 여성 목사를 인정하는 규약 개정안이 통과됐다. 기침 총회는 규약에 명시된 ‘목사의 자격’을 ‘만 30세 이상 된 가정을 가진 남자’에서 ‘만 30세 이상 된 가정을 가진 자’로 고쳐 남녀를 모두 포함시켰다. 이후 미혼자 목사 안수에 대한 논란이 일어 ‘독신이라도 40세 이상으로 교단 소속 교회에서 7년 이상 사역을 한 경우’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마련했다.

교단별로 상황은 다르지만 여성 목회자 수는 많은 교단이 30%, 적은 교단은 1%도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 목회자 수가 적다는 점은 교단총회 총대 비율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예장통합은 총대 1500여 명 중 여성은 단 16명으로 1%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는 오히려 여성 총대가 줄었고, 아직 고신은 한 명도 없다. 예장백석은 여성 목사 안수를 허용하고 있지만 총회대의원이나 노회 임원자격은 부여하고 있지 않다.

지난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주최한 ‘종교개혁 과제로서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여성교역자들의 실태가 담긴 보고서가 공개됐다.

‘2012년 예장통합 여교역자협회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목회자 안수가 허락된 예장통합에서도 여건은 별반 좋지 않았다. 사역지에서의 성차별 문제가 심각했다. 여성 교역자 56.5%가 교회에서 성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여성 교역자들은 성차별 요소로 ‘사례비 및 처우 차별(34.5%)’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그 다음으로는 업무 배정 차별(33.8%)이었으며, 각종 모임 배제(10.1%), 공개 채용시 여성 배제(9.1%), 목사 안수 청빙 거부(5.5%), 기타 (7.0%) 순이었다. 반면 예장통합 여성 목사 수는 2002년 306명에서 2012년 1500여 명으로 10년 동안 5배가량 증가했다.

교회개혁연대(개혁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지난달 ‘2014 교단총회 참관활동 결과발표’를 통해 “유독 교회에서만 여성의 역할과 직분이 제한받고 있다”면서 “한국교회가 헤쳐 나가야 할 양성평등의 길은 더욱 멀어보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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