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따른 문책성 전보 단행 가능성에 무게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연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재계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대부분 기업들이 실적악화에 따른 문책성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인사와 실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만큼 대기업 임원들에게 올 연말은 유난히 추운 시기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기업들은 예년보다 인사시기를 앞당기며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비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가장 긴장감이 감도는 곳은 올해 대표적인 ‘어닝쇼크’를 기록한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은 12월 초에 사장단과 임원인사를 순차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최근 3년간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부분 계열사의 실적이 좋았던 덕분에 대규모 승진인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뒤바뀌었다. 거의 모든 계열사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2분기부터 삼성전자 실적이 본격적으로 하강 국면에 접어들며 대규모 승진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은 2011년 역대 최대인 501명의 승진자가 나온 이후 2012년 485명, 2013년 475명으로 승진자 규모가 줄었다. 50여 명에 달하는 사장단 숫자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신종균 IT모바일(IM)부문 사장을 비롯해 해당 사업부 임원들의 교체나 감축 등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9년 이후 매년 두 명씩 배출되다가 작년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은 부회장 승진자가 올해에는 나올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맏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보직 인사의 경우 수시로 이뤄지고 있어 12월 말 단행되는 연말 인사에서는 계열사별 임원 승진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역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정몽구 회장이 강조하는 ‘신상필벌’의 원칙이 적용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올해 연말인사에서는 대규모 인사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수시 인사가 ‘관례’가 된 현대차는 이삼웅 기아차사장을 불시에 교체했다. 또한 최한영 부회장, 설영흥 부회장, 박승하 부회장이 차례로 현직에서 물러나면서 정의선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가 올 정기인사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총수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SK그룹은 하이닉스를 제외한 대부분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연말 과감한 임원 인사가 예상된다. SK그룹 CEO들은 지난달 29일 경영악화를 겪고 있는 그룹의 양대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의 사업구조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적이 미흡한 에너지·화학, ICT 사업의 과감한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연말 인사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은 전자 관련 주력 계열사가 호조의 실적을 기록한 덕분에 다른 기업에 비해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이에 다음 달 초 예상되는 인사에서 CEO 변동의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1월 말~2월 초에 단행하던 정기인사를 올 연말께로 앞당길 예정이다. 최근 제2롯데월드몰 개장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일찌감치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김승연 회장의 복귀가 임박한 한화그룹은 지난 10일 경영기획실장에 그룹 전반을 돌며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금춘수 전 한화차이나 사장을 내정했다. 금 실장의 위기관리 능력과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통해 현재의 경영난국을 타개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김 회장의 복귀를 앞두고 전반적인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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