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 희원과의 사랑 대신 평범한 삶 택하는 ‘청’

▲ 심봉사와 청을 연기하는 공연의 한 장면.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예술단(이사장 김거태)이 야심차게 준비한 뮤지컬 ‘청 이야기’가 지난 14일 막이 올라 22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펼쳐진다.

‘청 이야기’는 한국을 대표하는 고전 ‘심청전’을 새롭게 해석해 서양식 뮤지컬 틀에서 벗어나 한국적 뮤지컬의 매력을 선사할 예정이다. 관객과의 대화를 전제로 노래를 하는 가수는 동화책을 읽어 주는 엄마처럼 이야기를 전달하고 배우는 노래에 맞춰 이야기 속 인물을 연기하게 된다.

특히 판소리의 표현 양식을 도입해 한 번 등장하면 퇴장하지 않는 고수와 명창처럼 배우들이 공연하는 2시간 내내 무대를 떠나지 않는 것이 큰 특징이며, 배우들 모두가 무대 위 각자의 자리에서 극을 지켜보고, 노래하고, 관찰하고, 또 인물로서 연기를 한다. 또한 관객과의 대화를 전제로 한 아니리, 연극적 상상력의 교류, 시공간과 해석의 자유로움을 가져다 줄 것이다.

내용을 보면 ‘청 이야기’는 우리가 기존에 알던 고전 심청전과는 사뭇 다르다. 혼자 아버지 심봉사를 모시며 공양미 삼백석에 팔려가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상황까지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물에 빠진 청을 구하는 건 용왕이 아닌 뮤지컬을 통해 새로 등장하는 왕자 희원이다.

청을 구한 희원은 함께 궁궐로 돌아와 힘을 합해 쿠데타를 진압하고 국모 등극을 눈앞에 둔다. 판소리 2막 2부에서 심청이가 왕비가 돼 맹인잔치를 통해 아버지를 만나는 것과 달리 왕비가 되지 않고, 희원과의 사랑 대신 아버지를 선택해 고향으로 돌아간다.

지금껏 판소리, 창극, 무용극 등 다양한 형태로 선보인 심청전에서 청은 효심이 가득하고 수동적인 인물로 묘사됐다면, ‘청 이야기’에서 청은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적극적인 면을 보여준다. 쿠데타를 진압하고 왕비가 될 수 있는 길을 마다하고 고향으로 가는 모습은 이 작품에서 청의 능동적인 성격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대목이다.

뮤지컬 ‘쓰릴 미’ ‘파이브 코스 러브’ 등을 무대에 올리며 주목받고 있는 이종석 연출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원작의 내용에서 벗어나 신선함이나 재미를 주고자 이 시대 관객들에게 심청의 선택과 두려움, 용기에 초점을 두고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이종석 연출의 색다른 연출에 ‘사랑은 비를 타고’ 뮤지컬 음악과 대중음악 ‘세월이 가면’을 작곡한 최귀섭 씨의 작곡과 양악과 국악을 혼합한 12인조 라이브밴드의 연주가 더해져 음악적 풍성함까지 느끼게 해 줄 예정이다.

주인공 ‘청’ 역에는 바람의 나라에서 ‘연’ 역을 통해 특유의 부드러움과 깨끗한 이미지를 보여 준 김혜원이 맡아 당당한 15세의 소녀 연기를 표현할 것이며, 왕자 희원 역에는 여성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장현덕, 임병근이 각각 맡아 열연한다.

▲ 공연의 한 장면. ⓒ천지일보(뉴스천지)
▲ 인당수에 빠지기 직전의 공연 장면. ⓒ천지일보(뉴스천지)
▲ 청 이야기의 핵심 배우. 청 역의 김혜원(가운데)과 새롭게 등장하는 왕자 희원 역의 장현덕(왼쪽), 임병근(오른쪽).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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