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양도성 낙산구간 전경 (사진제공: 서울시)
한양도성, 201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 대상 선정
전국에서 모인 백성들이 천자문 97자 구획으로 나눠 쌓아
식민지 이후 역할·상징성 잃어… 도시개발로 3분의 1 파괴
복원 후 서울 상징으로 주목… 삼청동·성북동 등에 성벽 남아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지난 수백 년간 서울이라는 도시와 역사의 궤를 같이한 ‘한양도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 대상으로 선정됐다.

1392년 조선을 건국한 태조는 새로운 왕조국가의 뿌리를 튼튼하게 다지고자 1394년 8월 한양을 새로운 왕도로 삼았다. 이듬해인 1395년에 종묘와 궁궐을 비롯한 국가의 주요 시설을 건설하고, 1396년에 한양도성을 완성했다.

한양도성은 전국에서 모인 백성들이 97개의 구간으로 나눠 쌓았다. 길이는 영조척(營造尺)으로 5만 9500자인데, 이 길이를 천자문(千字文)의 97자 구획으로 나누고, 매자구간(每字區間)을 600자로 해 백악의 동쪽으로부터 천자로 시작된 것이 옛 서울 성곽 즉 한양도성이다.

튼튼하게 세워진 도성은 조선왕조 500여 년간 도시의 울타리 역할을 했으며, 도성민의 삶 속에서는 각각의 성문을 여닫는 리듬에 따른 질서가 존재했다.

하지만 1910년 일본의 식민지배가 시작되면서 강제적으로 유입된 근대적 질서에 의해 도성은 본래의 역할과 상징성을 잃고 파괴되기 시작했다. 1945년 해방 이후에는 도시개발이라는 핑계로 무의식적인 파괴가 진행됐고, 1970년대까지 전체 18.6㎞ 가운데 6.7㎞, 즉 도성의 약 3분의 1가량이 파괴됐다.

그럼에도 1970년대부터 시작된 지속적인 복원사업과 최근의 발굴성과들을 통해 한양도성은 이제 과거로부터 오늘을 이어주는 역사문화도시 서울의 상징으로 다시금 주목받게 됐다.

지금의 한양도성은 조선왕조의 도읍지였던 한양을 둘러싼 내사산(內四山, 백악산·남산·낙산·인왕산)의 능선을 따라 조성된 성곽과 그 안에 둘러싸인 서울 도심의 모습이 주변의 자연 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역사 도시 경관을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는 삼청동·성북동·장충동 일대에 성벽이 남아 있다.

한양도성은 1963년 1월 21일 사적 제10호로 지정됐다. 이후 1968년 1월 21일에 무장공비가 청와대를 습격한 후 군사 지역으로만 사용되다가 2006년 4월 홍련사~숙정문~촛대바위의 1.1㎞ 구간이 일반에 개방된 것을 시작으로, 2007년 4월 와룡공원~숙정문~청운대~백악마루~창의문의 4.3㎞ 구간이 개방됐다.

▲ 한양도성 낙산구간 야경 (사진제공: 문화재청)
지난 4일 열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위원장 이혜은 동국대 교수)에서는 서울 한양도성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 준비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2016년 유네스코에 세계유산 등재 신청할 우리나라 대표유산으로 최종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유네스코에서는 2002년부터 한 국가당 1년에 1개 유산만을 세계유산에 등재 신청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선정한 ‘한국의 서원’을 2015년에 등재 신청하며, 이번에 선정한 한양도성이 2016년 세계 유산 등재 신청 대상이 된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양 도성을 비롯한 서울의 대표유산들을 세계 전 인류가 함께하는 세계유산으로, 날이 갈수록 가치를 더해가는 미래유산으로 보존·관리하기 위해 관계기관, 전문가, 시민들과 함께 오랜 기간 정성스럽게 가꿔 세계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과 서울시는 협의 후 한양도성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2016년 유네스코에 제출할 계획이다. 신청서가 제출되면 2016년 하반기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전문가 현지실사가 이뤄지며, 2017년 6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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