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성의 알코올 중독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알코올중독 진료청구 현황’에 따르면 알코올 중독 진료청구건수가 2010년 26만 6202건에서 2011년 27만 8794건, 2012년 32만 8903건으로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들의 진료 청구건수는 2010년 4만 1405명에서 2012년 5만 4375명으로 2년 새 1만 2970명(31.3%) 증가했다. 이는 ‘외로운’ 여성들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직장을 다니지 않고, 결혼을 하지도 않았으며, 친구들과의 교류도 그리 많지 않은 여성이 술을 친구 삼게 되는 것이다.

과거 수십 년 전에는 대개 20대에 결혼을 하고 출산을 했던 여성들이 지금 30대가 되어도 출산은커녕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지내고 있다. 혹은 이미 혼기를 놓쳐 버렸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 살게 된 40~50대 중년 여성들 역시 술을 친구 삼아 살고 있다. 게다가 ‘슬픈’ 여성들이 많이 있다. 여성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우울증에 취약하다.

대개 2배 이상의 우울증 유병 비율을 갖고 있다. 반대로 남성은 여성보다 중독성 질환의 위험이 더 높다. 알코올 중독은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4~5배의 발병 비율을 보인다. 하지만 남녀에 상관없이 우울증이라는 질병 자체가 알코올 중독을 동반하게 만드는 강력한 유발 인자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우울증만 갖고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기에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함께 늘어난다.

우울한 기분을 해소하기 위해서 술을 마시니까 절망적인 우울을 잠시 잊게 되고, 더 나아가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므로 술을 마치 약처럼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술이 항우울제는 아니다. 근본적으로 우울증을 치료할 수 없다. 특히 혈중 알코올 농도가 내려가게 되면, 즉 술이 깨는 순간이 되면 우울한 기분이 다시 더 크게 느껴지게 되어 또 술을 찾게 되는 악순환 고리가 생겨난다.

알코올 중독은 필연적으로 개인의 자아 존중감을 저하시키고, 수치심과 죄책감이 동반되며, 무엇보다도 가족 간 갈등으로 이어져 가족 붕괴의 위험성이 높아지며, 대인 간 갈등과 반목도 잘 생겨서 점차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에 사회적으로 죽은 삶으로 간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게다가 지방간, 각종 감염, 간 경변, 간암 등의 신체적 질병으로 이어지게 되어 결국 실제 죽음에 이를 수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아내, 주부, 엄마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어 가정의 해체 및 가족 구성원 전체의 고통이 더욱 커질 수 있기에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예방을 하고 치료를 해야 할까? 가장 강력한 예방 백신은 가족 간 대화다. 가족 간 대화는 공동체 의식을 강화시키고, 여러 가지의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게 만들어주며, 무엇보다도 친밀감을 강화시킨다. 혹시 혼자 사는 여성이라면 주변 이웃, 친구, 따로 사는 가족과의 대화를 지속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인간은 애초 사회적 동물이다. 함께 어울리면서 공감을 주고받아야 정신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비록 알코올이 몸에 해로운 물질이어도 음주 문화가 지속되는 이유는 사회적 관계 형성에 일부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술을 마시더라도 편안한 사람들과 즐겁게 마셔야 한다. 혼자서 마시거나 사업상 어쩔 수 없이 마시는 술은 위험하다. 특히 주부는 키친 드링커(kitchen drinker)가 되어서는 안 된다. 키친 드링커란 가족이 잠들거나 나가서 없는 동안 혼자서 부엌에 앉아 술을 홀짝 홀짝 마시는 주부를 말한다. 알코올 중독으로 가는 과정에서 자주 보이는 모습이다.

만일 이미 알코올 중독이 의심되는 상태라면,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가서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인정해야 개선될 수 있다. 부끄럽다고 혹은 그 밖의 여러 이유들로 자신의 문제를 부인하는 것은 용기를 잃은 행동이다. 전문의와의 상담을 받으면서 항갈망제, 항우울제, 항불안제 등의 약물치료를 함께 받으면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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