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패러디에 이어 ‘루저 패러디’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요즘이다. 네티즌들이 만들어 낸 패러디물 ‘루저의 난’에서 영화배우 톰 크루즈는 ‘톰크 루저’로, 영화 ‘반지 원정대’는 ‘루저 원정대’로 이름이 바뀌었다. 패러디의 주인공들은 모두 키가 180cm 이하의 유명 인사들로 심지어 이건희 전 회장, 박정희 전 대통령, 축구선수 웨인 루니 등도 포함됐다.

이른바 ‘루저 대란’은 지난 9일 방송된 KBS 2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여대생 이모 씨가 “요즘 같은 시기에는 키가 경쟁력이다. 180cm 이하의 남자는 ‘Loser(패배자)’”라고 말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 발언이 편집 없이 그대로 공중파를 타고 방영되자 엄청난 파장이 일어났다. 비난의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고, 마녀사냥식으로 이 씨를 공격하는 글이 쇄도했다.

결국 이 프로그램의 제작진이 교체됐고, 이 씨도 ‘대본을 따라한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항간에는 이번 사태가 오래 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방송 시청률 경쟁상 제작진이 일부러 자극적인 내용을 사용해 왔고 언젠간 터질 것이 터졌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 같은 목소리는 자살과 불륜, 복수 등 자극적인 소재로 만든 ‘막장 드라마’가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그 기류가 토크쇼까지 잠식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고 결국은 방송의 ‘도덕불감증’ 문제로 귀결됐다.

방송사들의 ‘재밌으면 그만’이라는 천박하고도 무책임한 제작 관행은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비단 드라마, 오락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공정성이 생명이 돼야 할 시사프로그램마저 공공연히 왜곡·조작방송을 내보내고 있으니, 시청률의 노예가 되기로 자처한 듯하다.

이번 루저 대란은 공분을 자극하고, 공공의 가치관을 철저하게 외면한 데서 기인했다. 먼저는 ‘공익’이다. 그 다음이 ‘재미’다. 방송 프로그램은 사회 현실에 대한 깊은 고민의 과정을 거쳐 제작돼야 한다. 그래야 ‘공영’ 방송이다.

시청률을 위해 국민을 우롱하거나, 기만한다면 반드시 ‘패배자’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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