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료원 간호사들 산재 소송, 열린법정으로 진행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어머니의 근무 환경 탓에 생긴 태아의 질병을 산재로 인정할 수 있을까?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 자리는 “임신 중 조제약을 빻는 일을 해서 심장질환 아이를 출산했다”며 제주의료원 소속 간호사 변 모씨 등 4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산재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청구 소송의 3차 변론기일이다.

이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가 정립돼 있지 않아 이번 사건의 확정 판결에 대해 법조계와 노동계, 여성계 등 모든 이의 시선이 쏠렸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근로복지공단의 2차 거부 사유가 지난 1차 거부 사유(태아의 질병은 모체의 질병으로 볼 수 없다)’와 같은지 ▲모체의 질병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 부족 등이었다.

먼저 변 씨 측 변호인은 근로자의 태아도 산업재해보험법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사람의 권리능력을 판단할 때 민법에서 태아는 근로자 모체의 일부로 해석한다”며 “산재보험법이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태아를 근로자 신체의 일부로 보고 산재 대상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공단 측 변호인은 “‘형법에서는 분만되기 전 태아는 사람으로 볼 수 없다’고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민사법 체계 안에서도 태아의 손해는 태아에 귀속되지 어머니로 귀속시킬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상덕 판사는 “임신한 여성이 과로나 오염에 노출돼 태아에 장애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어떠한 방식으로도 보호하지 않는 것에 위헌적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직관적 생각이 들었다”며 “헌법에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는 임신한 여성을 비임신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배려해줘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라고 밝혔다.

제주의료원 간호사로 근무하던 변 씨 등은 지난 2009년 임신했으나 유산 혹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지닌 아이를 출산했다. 변 씨와 같은 기간 병원에서 근무하다 임신한 간호사 15명 중 6명만이 건강한 아이를 정상적으로 출산했다는 게 변 씨의 주장이다. 업무 당시 간호사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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