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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계가 신학생 과잉수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국내 신학교는 모두 200여 곳이며 매해 6000명 가까이 배출되고 있지만 교세가 급감하면서 대부분의 신학생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신학교 졸업생은 일반 대학 출신에 비해 스펙이 낮고 신학교라는 편견 때문에 사회에서도 찬밥 신세다. 그러나 부모가 대형교회 목회자이거나 대형교회 장로인 일명 ‘성골’‘진골’ 출신의 신학생 대부분은 학위만 따면 부와 명예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어 품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교회세습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신학생 품계 논란을 비롯해, 신학생 취업 실태를 분석했다.

신학생 과잉수급으로 교계 몸살
갈 곳 없는 신학생들 미자립 교회 개척
10년 후 교인 절반으로 급감할 것 전망

교계, 한목소리로 자구책 마련 촉구
일부 신학대 취업률 제로, 취업난 가속
일반 대학 비해 스펙·전문성 낮다 인식

공공연한 비밀, 신학생 품계논란
교회세습 원인… 일부는 박탈감 느껴
신학생에 바른 교회관 심어주는 게 우선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신학대 졸업 후 뭘 해야 할지 막막해요.”
신학대생 김학인(가명, 23) 씨는 최근 군 제대 후 3학년으로 복학했다. 그러나 진로 때문에 걱정이다. 지난해 같은 학교 선배 중 단 한 명도 취업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로 고민은 더 깊어졌다. 부모가 목회자이거나 중대형 교회 장로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기들도 대부분 같은 고민에 빠져 있다.

◆일부 신학대 취업률 0%, 미래는 더 비관적

교육부와 전국신학대학협의회 발표에 따르면, 현재 정부 인가를 받은 신학교는 신학대와 신학대학원, 신학대학원대학교를 포함해 60여 곳이다. 비인가 교육기관까지 합하면 200개가 훨씬 넘는 것으로 파악되며 매년 6000명 넘는 신학생이 배출되고 있다. 그러나 개신교인이 급감하면서 교계는 이미 신학생 과잉수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광부가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의뢰해 분석한 ‘2011년 한국의 종교현황’에 따르면 국내 개신교단은 2006년 290개에서 2011년 262개로 감소했으나, 교회는 5만 8612개에서 7만 7966개로 33% 늘고 교직자는 9만 5596명에서 14만 483명으로 47% 늘었다.

통계에서 나타난 교직자 증가는 대부분 미자립교회 증가에 따른 것이다. 교인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신학생이 과잉수급 되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신학생 중 일부가 교회를 개척한 결과다. 그러나 정작 늘어나야할 교인은 급감하고 있다. 최근에는 860만 명(2005년 통계청 기준)이던 개신교인이 10년 내 400만 명 이하가 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미국에서 목회를 하다 몇 년 전 한국에 온 신학박사 김민국(가명, 68) 목사는 “한국교회 교인은 이미 500만 명을 밑돈다는 말이 목회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신학생 취업난은 4년제 대학 중 신학대가 취업률 최하위라는 결과로도 확인된다. 대학정보공시센터인 대학알리미가 발표한 ‘2013년 4년제 대학 취업률 통계’에 따르면 전체 4년제 대학 중 종교계 대학의 취업률이 가장 낮았다. 특히 개신교계 신학대의 경우 대부분 10~30% 내외의 낮은 취업률을 보였으며 감리교신학대, 아세아연합신학대, 장로회신학대의 취업률은 0%였다. 취업률 10~30% 대학도 이름만 신학대인 종합대인 경우가 많아 실제 목회와 관련된 취업률은 훨씬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이른바 ‘짬뽕 신학대’에 대해 신학교가 신학에 대한 고민 없이 세속화됐다는 지적도 있으나, 신학교 유지를 위한 자구책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전문성 없고 스펙 낮아 사회서도 ‘찬밥’

신학교 학부졸업생의 경우 사역지를 구하지 못해 일반직장에 취업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사회적인 전문성이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스펙도 낮은 데다 신학생이라는 편견 때문에 취업이 더 어려운 실정이다. 신학대학원 졸업생도 교회사역을 시작하려면 청빙을 받아야 하지만 사역자 이동이 많은 11월을 제외하고는 교단신문에서 구인광고조차 찾기 어렵다.
신학생의 특성상 나이제한으로 사역지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사회에서 잘 나가다 신념을 가지고 신학교에 진학했지만 나이제한에 걸려 청빙을 거절당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성 신학생의 경우 목회를 허용하지 않는 교단도 많아 사역지를 구하기는 더 어렵다. 대부분 신학생이 서울‧경기 지역과 교단 안에서도 지명도가 높고 규모가 큰 교회에만 주로 지원하는 것도 취업률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안정적 직장’을 찾는 세속적 현상이 그대로 신학생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낮은 취업률로 인한 신학생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최근 일부 신학교에서는 목회뿐 아니라 사회로도 진출할 수 있는 진로가이드를 마련해 제공하고 있다.

◆교회세습 95곳, 품계로 갈리는 신학생 운명

하지만 모든 신학생의 미래가 암울한 것은 아니다. 신학생과 목회자 사이에 공공연히 통용되는 성골(대형교회 담임목회자 집안), 진골(대형교회의 영향력 있는 장로 집안)에 속한 학생 대부분은 학위만 따면 부와 명예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성골도 진골도 아닌 신학생을 6두품 혹은 백골(일반 가정)이라고 부르지만 웃을 수 없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소위 성골인 경우 집안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명문대 졸업 후 신학대학원을 거쳐 유학까지 다녀와 부모가 있는 교회 목회자로 부임하고 이후 교회세습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회 개척으로는 생계가 어렵다는 인식이 짙어지면서 품계가 진로를 결정하는 양상은 심화되고 있다.

실제 지난 10월 교회개혁실천연대가 교인들의 제보를 받아 취합한 국내 세습교회는 모두 95곳으로 서울 39곳, 경기인천 38곳, 경북대구 4곳, 광주전라 2곳, 충청대전 11곳, 부산경남 1곳이었다. 한 때 교회세습이 크게 논란이 되자 각 교단은 ‘교회세습금지법’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교회세습금지법을 통과시킨 교단은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한국기독교장로회 세 곳뿐이다.

지난 10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는 교회세습금지법을 무산시켰고, 예장고신은 부결시켰다. 예장합동 총회장 백남선 목사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비판이 있다고 해서 교회세습금지법을 만드는 자체가 용어도 안 좋고, 비성경적, 비민주적”이라고 무산 이유를 설명했다.

2012년 12월 충현교회의 고(故) 김창인 원로목사는 “경험과 자질이 부족한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한 것을 뒤늦게 후회한다”며 아들 김성관 목사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국내 대형교회 세습 1호인 충현교회는 예장합동 소속이며, 김 원로목사가 성명서를 발표한 때는 이미 수많은 대형교회가 그를 따라 교회세습을 한 뒤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예장합동 총회의 교회세습금지법 무산은 김 목사의 때늦은 후회가 정작 소속교단인 예장합동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음을 방증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교회세습방지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모 노회 목사는 “교회세습은 한국교회 목회자나 신학생 전체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성골, 진골이 아니라고 박탈감을 갖는 신학생도 형태만 다를 뿐 교회를 기업으로 보는 잘못된 교회관을 갖고 있는 것”이라면서 “신학생에게 올바른 교회관을 심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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