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억 종단부채 해결을 위한 청문회 개최로 마찰을 빚고 있는 태고종 현 집행부와 전임 집행부 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1일 만일의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태고종 총무원이 들어선 서울시 종로구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에 경찰이 배치돼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반기 든 전임집행부 실력행사
권한대행 종연스님 등 30여명
총무원 점거시도… 대치 충돌

도산, 효력정지·방해금지 소송
“반대파 내분 부추겨 좌시 안해”
47억 부채 둘러싼 수년간 내홍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불교태고종이 법정소송에 휘말리며 시끄럽다. 현 총무원장 도산스님과 총무원장을 끌어내리려는 반대파 간 힘겨루기가 법정 다툼으로 이어진 것이다. 중앙종회의장 혜공스님과 일부 원로스님 등이 반기를 들고 총무원장 불신임을 강행하면서 내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수세에 몰린 도산스님이 종연스님을 총무원장 권한대행으로 인준한 중앙종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법적대응에 나섰다.

총무원장 도산스님은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총무원장 권한대행으로 임명된 종연스님을 상대로 ‘효력정지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소송을 제기했다. 스님은 소장에서 “혜공스님 등 반대세력이 총무원장 불신임과 권한대행 인준, 중앙종회의원 제적 등을 강행한 것은 중대하고도 명백한 위법사유를 지닌 결의로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도산스님은 “중앙종회의장 혜공스님과 이를 추종하는 세력들은 가칭 ‘종단수습대책위원회’라는 단체를 사칭하고 있다”면서 “종연스님을 앞세워 사찰에 유인물을 살포하고 총무원청사의 물리적 점거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말 태고종 총무원 청사 앞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총무원장 권한대행 종연스님을 비롯한 반대파 스님과 신도 등 30여 명이 지난달 27일 오전 도산스님의 퇴거를 요구하며 총무원청사 진입을 시도했다. 물리적 충돌을 우려한 총무원 측이 경찰병력을 요청하는 등 긴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종연스님은 자신이 총무원장 권한대행임을 내세워 도산스님에게 총무원청사에서 나갈 것을 요구했다. 총무원 측은 반대파의 일방적인 주장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가운데 총무원청사의 무력 점거를 대비해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종단부채 관여한 전임집행부 징계

도산스님은 “불법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등 종단 내분을 부추기는 세력에 대해선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동시에 총무원장으로서 흔들림 없이 종무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총무원장에 당선된 도산스님은 태고종단의 개혁을 외치며 변화를 예고했다. 스님은 수십 억 원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청문회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의 시시비비를 갈려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내부 잡음에도 지난 5월 19~21일 종단 부채 해결을 위한 청문회를 강행했다. 현재 종단 부채만 47억 원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전 총무원장 인공스님과 전 동방불교대학장 자월스님을 수십 억 원의 부채 발생에 관여했다는 이유를 들어 종단 최고형인 ‘멸빈(종단 추방)’을 시켰다. 이뿐 아니라 중앙종회의장 혜공스님을 초심원에 징계 회부하는 등 종단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에 혜공스님이 보수적인 일부 종회의원과 원로스님의 뜻을 결집해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중앙종회, 편법으로 총무원장불신임 파문

지난 10월 7일 종회의장 혜공스님 등 종회의원 스님들이 편법을 동원해 도산스님 측으로 알려진 중앙종회의원 18명을 제명해 버렸다. 중앙종회는 종회의원 18명을 제명한 직후 예정에도 없던 도산 총무원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돌연 상정해 가결시켜 파문이 일고 있다. 제명된 수석부의장 지홍스님 등 종회의원 18명은 10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명 및 징계결의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지홍스님은 도산스님에 대한 불신임 의결을 위해 반대파 혜공스님과 일부 종회의원들이 10월 7일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회의를 소집하고 종회의원들을 일방적으로 제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님은 “이번 결의는 편법과 불법이 난무했다. 반대파 스님들이 현 집행부에 우호적인 의원들을 추방시키고 도산 총무원장에 대한 불신임을 결의하고자 선별적으로 진행됐다”며 “불법적인 제명 결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혜공스님 측은 제명 결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며, 총무원장 불신임안에 대해선 “시급히 처리해야 할 안건이기에 재적의원 조정 없이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부채문제로 전 총무원장 잇따라 ‘멸빈’ 수모

일련의 사태를 두고 대화와 소통 없이 양측의 일방적인 주장이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태고종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태고종 사태는 현 집행부와 전임 집행부 간 완력 다툼에서 비롯됐다. 전 총무원장 운산스님과 인공스님은 차기 집행부에 의해 모두가 종단에서 추방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조계종과 함께 한국불교계를 대표하는 태고종의 최고 수장이 잇따라 종단에서 쫓겨나면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멸빈을 당하는 가장 큰 이유는 종단 부채와 연관이 돼 있다. 운산 전 총무원장은 지난 2011년 ‘수십 억 종단 부채 문제’ ‘종단 공금 유용’ ‘동방대학원대학교 문제’ 등의 이유로 승단에서 쫓겨났다.

현 총무원장 도산스님도 한때 멸빈을 받은 바 있다. 스님은 2008년 종단 개혁을 위해 당시 총무원장 운산스님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가 위계질서를 어겼다는 이유로 멸빈됐다. 그렇지만 최종 심사에서는 무혐의 처리됐다.

도산스님은 “종단 부채 해결을 위한 청문회 개최에 반발하는 중앙종회의장과 그 추종세력들의 해종 행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오랜 기간 굳어진 관행과 구태가 반복되는 상황을 청산하고 종단화합과 발전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낸 도산스님과 집행부가 법정소송까지 휘말린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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