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주축 로페즈·구톰슨·윤석민 없이도 초반 6이닝 앞서

지난 1997년 이후 12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KIA 타이거즈의 패배는 애시당초 예고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IA는 초반 6이닝을 앞서며 일본시리즈 챔피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KIA는 14일 일본 규슈 나가사키의 빅N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09 한일 클럽 챔피언십에서 선발 양현종의 호투로 6회 말까지 3-1로 앞섰지만 7회 초 요미우리의 집중타에 무너지며 4-9로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요미우리가 일본시리즈 우승 주역들을 모두 투입시킨 반면에 KIA는 마운드 주축 3명이 모두 빠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100% 전력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6회 말까지 앞선 것 하나만으로도 한국 야구의 매운 맛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일단 KIA에는 용병 선발투수 아킬리노 로페즈와 릭 구톰슨이 없었다. 14승으로 조정훈(롯데), 윤성환(삼성)과 함께 공동 다승왕을 차지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을 펼쳐전 로페즈와 13승을 올린 구톰슨이 계약이 끝나 팀에 합류하지 못했던 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마운드 싸움에서 밀렸다.

여기에 올해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맹활약했던 윤석민이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인한 4주 군사 훈련으로 빠지면서 선발투수의 중책은 올시즌 12승의 양현종에게 돌아갔다. 양현종이 로페즈, 구톰슨에 이어 팀내 다승 3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올해에서야 KIA 선발진에 합류한 신예였던데다가 지난 8일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아 컨디션이 완전치 못했다.

이런 양현종이 5⅓이닝 동안 요미우리의 강타선을 3안타 1실점으로 막은 것 하나만으로도 KIA는 패배를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그러나 양현종이 오랫동안 던지지 못한 부담은 고스란히 계투진으로 연결됐고 결국 곽정철이 아베 신노스케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맞는 등 7회 초 대거 7실점하며 무너지는 것으로 귀결됐다.

또 자유계약선수(FA)를 선언한 주전 포수 김상훈의 공백도 아쉬운 점. 비록 김상훈이 KIA와 재계약하긴 했지만 훈련 부족으로 팀에 합류하지 못하면서 포수 마스크는 차일목이 썼고 7회 초 위기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선두 타자로 일본이라면 이를 가는 ‘검객(劍客)’ 이용규 역시 윤석민과 함께 4주 군사 훈련으로 빠지면서 투수-포수 배터리와 타선에서도 공백이 생겼다.

물론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뛰며 일본 야구를 경험했던 ‘맏형’ 이종범이 이용규 대신 1번 타자로 나서 맹활약하고 안타 10개를 때려내며 요미우리 마운드를 상대로 4점을 뽑아내긴 했지만 활발한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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