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지연 기자]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서울 시내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고2 예린(18), 미소, 다현이 맥모닝 세트를 먹으며 얘기 중이다. 수원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이들은 3명 중 1명만 아침을 꼬박꼬박 먹고 다닌다고 했다.
예린은 “9시까지 등교를 하지만 집에서 아침을 먹고 다니는 아이들은 ‘극소수’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현은 “오늘 먹은 맥모닝 세트가 좀 짜다”고 평했다.
옆에서 역시 맥모닝 세트를 먹는 직장인 손지현(23, 여, 서울 광진구 광장동) 씨는 셰어하우스에서 살고 있다. 직장에 출근 후 3시간이면 점심을 먹으니까 아침은 커피 한 잔으로 때울 때가 많다. 집에서는 햇반에 어머니가 보내주신 반찬으로 식사를 한다. 편의점 도시락은 위생이 걱정돼 잘 안먹게 된다고 손 씨는 말했다. 반찬을 공수하기 힘들면 집앞 마트에서 파는 반찬을 이용할 생각이다.
손 씨는 이날 맥모닝의 해쉬브라운이 너무 짜다며 빼놓고 먹었다. 그는 “보통 커피 한 잔도 3000원이 넘는데 아침을 이 가격에 먹을 수 있으니 적당하다고 느낀다”며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또 메뉴가 다소 짜다고 느낀 부분에 대해서는 “나트륨을 낮추지 않아도 소비는 계속될 테니까요”라고 덧붙였다.
직장인 백현주(31, 남, 서울 성북구 석관동) 씨는 회사 동료들과 1주일에 한 번 정도 햄버거를 먹으러 간다. 회사 주변 버거킹에서 할인행사를 자주 하는 것 같아 주로 그곳을 이용한다. 그는 “9시 출근이지만 보통 그보다 일찍 가야 하고, 집에서 1시간이 좀 넘게 걸리다보니 아침을 챙겨먹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전날 저녁에 재료를 대강 준비하고 아침에 좀더 일찍 일어나면 한식 상차림도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잘 안하게 된다. “간편식을 먹으면 배가 부르긴 하지만 건강이 안좋아지는 느낌이어서 잘 안 찾게 돼요. 어디선가 볶음밥을 출시했길래 먹었는데 다시 사진 않아요. 저뿐 아니라 동료들도 똑같이 느끼더라고요.”
우리나라 국민의 아침 결식률이 증가세다. 질병관리본부의 2013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2011년에 21.4%를 기록했으나 2012년 23.3%, 2013년 23.8%로 수치가 올랐다. 하루 1회 이상 외식률도 처음으로 30%를 넘었다. 2007~2008년에는 24%에 머물렀으나 작년에는 31.7%로 조사됐다.
이렇다보니 출근길에 간단히 사먹을 수 있는 아침메뉴는 ‘전성기’를 맞는 상황이다. 1조 원대까지 시장이 커졌고, 앞으로도 더 커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맥도날드, 던킨도너츠, 롯데리아 등의 아침메뉴 판매 시간은 새벽부터 오전 10시 30분 또는 11시까지다. 출출한 느낌을 달래면서 바삐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매장 앞에 별도 판매대를 운영하기도 한다. 바쁜 아침에 굳이 매장에 들어가지 않고 편하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을 보기 어렵지 않다.
가장 먼저 2006년 아침메뉴를 도입한 맥도날드는 ‘머핀’ 메뉴의 성공 케이스로 떠올랐다. 오전 10시 반까지는 버거를 판매하지 않고 맥머핀 등 아침메뉴만 취급한다. 커피를 함께 마실 수 있는 ‘콤보’는 3000원 미만에 먹을 수 있고, 해쉬브라운이 더해진 세트메뉴는 3000원대 중반이다. 올해 3월에도 맥머핀 30만 개를 무료 제공한 데 이어, 2400원 메뉴를 1500원에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며 고객 흡수에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
던킨도너츠는 지난해 10월 중순 ‘든든한 아침’을 표방하며 ‘모닝 콤보’를 처음 선보였다. 맥도날드보다는 가격이 1000원 정도 높지만 1년간 240만 개, 하루에 6000개씩 팔렸다. 그동안 고객 선호도를 고려해 2번의 메뉴 리뉴얼을 거쳤다. 던킨 관계자는 “너무 자극적이고 기름진 메뉴보다는 담백한 메뉴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며 “양이나 포만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롯데리아는 올해 초까지 일부 직영점에서 아침메뉴를 내놓고 테스트를 거쳤다. 지난달 20일부터는 이를 전국 매장으로 확대해 머핀과 라이스 등 총 6종을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 주먹밥만한 라이스 메뉴는 단품으로 구매하면 비싼감이 있지만 세트로 택한다면 그리 비싸게 치이지 않는다. 모든 메뉴는 세트가 3200~3500원이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아무래도 경쟁사의 가격 책정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아침메뉴가 ‘치열한 시장’임을 인정한다. 경쟁사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매장에서 계란을 직접 부친다”며 신선함을 강조하고, 던킨은 “주문을 받은 후에야 만든다”며 각자의 차별성을 내세운다.
제과 업계도 가세했다. 파리바게뜨는 포카챠와 머핀을, 뚜레쥬르는 토스트와 머핀을 주메뉴로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커피까지 곁들이면 5000원 안팎으로 패스트푸드점보다 높지만, 간편함보다 ‘웰빙’ 이미지로 승부한다는 계획이다. 삼립식품 떡 전문점 ‘빚은’도 건강차와 찰떡을 세트(3600원)로 구성해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침메뉴는 회사나 학교 근처에서 구입해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주택가 지역에 많이 분포된 제과점보다는 아침 출근 동선에 걸쳐 있는 패스트푸드 매장들의 성장이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