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사 경내. ⓒ천지일보(뉴스천지)

정부, 1687억 중 1534억 지원… 건물·토지 운영 조계종이 맡아
교회언론회 “특정종단 밀어주기”… 불교계 “특별법에 근거한 사업”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계종이 추진하는 10.27법난 기념관 건립사업을 두고 특혜 의혹과 종교편향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10.27법난피해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위원장 정만스님)가 법령에 근거한 공공사업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10.27법난 특혜 의혹 논란은 막대한 국가 예산으로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에 수백억 원대 땅을 확보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빚어졌다. 조계종은 내년 1월부터 3년간 조계사 일원에 ‘10.27법난 기념관’을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총 1687억 5000만 원이 들어가며, 이 가운데 국가 보조금은 1534억 원이다. 조계종은 153억 원만 부담한다.

사업비의 90% 이상이 국민 세금으로 추진되다 보니 특혜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개신교 일부에서는 종교편향 논란까지 제기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15년도 예산안에 지원금 200억 원을 배정해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최근 경제전문지 조선비즈에 따르면 10.27법난 기념관 건립사업비의 절반가량인 770억 원이 기념관 부지 매입에 사용되며, 세금으로 종로 일대의 금싸라기 땅을 매입한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또 기념관 건물과 토지는 조계사로 귀속돼 관리되는 점도 특혜 의혹을 샀다.

법난 기념관은 2개동으로 지어지며, 지상 6층 지하 5층 규모의 1동은 조계사 내 불교역사문화기념관 북쪽 사유지를 매입해 건립한다.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의 2동은 10.27법난 피해자 치유시설로, 조계사 남서쪽에 위치한 원당빌딩을 포함한 4개 필지를 매입해 들어선다.

1동 예정지 3574㎡(약 1080평) 중 조계종 소유지는 17.5%인 625㎡(약 189평)다. 나머지는 사유지(75.5%)와 서울시 땅(7%)이다. 2동 예정지 926㎡(약 280평)는 100% 사유지다. 정부가 민간이 소유권을 가지는 기념관 건립에 막대한 세금을 들여 땅을 사 준 적은 없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교회언론회, 종교편향 제기… 사업백지화 촉구

10.27법난 기념관 사업 소식을 접한 개신교계는 즉각 반발하며 혈세로 불교 재산을 늘려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9일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는 10.27법난 기념관 추진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교회언론회는 “국민 세금으로 불교 기념관을 건립하고 불교에 귀속시키는 것은 결국 정부가 막대한 국민의 혈세로 불교 재산을 파격적으로 늘려주는 형국”이라면서 “이는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던 것으로 ‘종교편법’이 될 전망”이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이어 “이 기념관의 전체 사업비는 1687억 원인데 이 중 90%를 정부가 부담해 (조계사) 근처 토지를 매입하고, 그 위에 기념관을 지어 조계사에 넘겨준다는 것이 다종교 국가에서 가당키나 한가”라고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교회언론회는 “불교가 1980년대 신군부에게 부당한 대접을 받은 것이 불교 법난이라는데 대부분 국민들은 알지도 못하는 일”이라며 “그럼에도 명예회복과 함께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를 들여 기념관을 세우는 일은 국민들에게 막중한 짐을 지라는 황당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들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불교 기념관을 지으려는 조계종의 계획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을 피력했다.

교회언론회는 “불교계가 늘 개신교를 겨냥해 ‘종교편향’을 말하던 것과 전혀 다른 이중적 모습”이라며 “단순히 ‘종교편향’이나 ‘종교차별’ 정도가 아니라 종교의 위난(危難, 위험한 재난)을 빙자해 국민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고 국민들을 매우 불편하게 만드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제라도 이런 계획은 전면 폐지돼야 한다”며 “정부의 노골적인 특정종교 밀어주기나 서민들의 생활공간을 차지하면서까지 종교 기념관을 지으려는 불교의 횡포도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0.27법난 기념관, 법령 근거한 공공사업”

이번 논란에 대해 불교계는 10.27법난 문제의 본질까지 왜곡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10.27법난 피해자인 원행스님은 의혹을 제기한 매체에 공식사과와 정정보도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행스님은 “이 기사는 34년 전 벌어진 10.27법난 사건과 불교계를 모욕하는 보도”라며 “기자와 해당 매체는 2000만 불교도와 대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다. 참회가 없을 경우 불매운동과 함께 그에 상당한 전불교도적인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또 “10.27불교법난 사건이 발생하고 18년의 세월이 흘러서야 국가가 공식사과하고 28년이 지나서야 피해자를 위한 명예회복 법률이 제정됐다”며 “이는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폭력과 오류의 국정을 국민통합으로 묶어내려는 활동을 이간질하는 책동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원행스님은 “피해자들은 34년 전 국가 공권력에 의한 교단의 명예회복과 피해보상을 정당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기념관 건립계획이 마치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것처럼 보도한 부분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10.27법난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반박 입장문을 통해 10.27법난 기념관 건립 추진 경위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기념관 건립에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이유는 10.27법난으로 피해를 입은 자와 불교계의 명예 회복을 위해 법령에 근거해 추진하는 공공적인 성격의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념관 건립을 위한 부지를 조계사 일원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선 “10.27법난 당시 신군부의 군작전명이 조계사가 종로구 견지동 45번지에 위치한데서 착안한 ‘작계 45’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10.27법난의 상징적 공간이자 한국 불교의 중심적 위치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국가가 세금으로 전례 없이 특정종교에 땅을 사준다’는 주장에 대해 “국가예산 지원은 단순한 종교단체 지원 사업이 아니라 특별법에 근거해 과거사 정리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업으로 특정종교에 대한 특혜지원이 아니다”며 “사업주체가 국가나 공공단체가 아닌 민간보조사업의 경우에는 국가예산으로 부지매입을 허용한 전례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사업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부지매입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문제에 관해서는 기획재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진행 중인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결과를 참고해서 방침을 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10.27법난위원회는 교회언론회에서 제기한 의혹에 대해선 “토지가 조계종단의 소유로 귀속된다 하더라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양도, 교환, 대여, 담보의 제공이 금지되는 등 재산처분의 제한이 있으므로 민간의 자본증식을 위한 지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국회내 불교 신행단체인 정각회 강창일(새정치민주연합 의원) 회장은 “10.27기념관 건립불사는 특정종교를 위한 사업이 아니다. 국가공권력에 의해 짓밟힌 인권과 역사적 사실을 바로 세우려는 것”이라며 “기념관은 10.27법난의 명예회복을 위해 제정된 특별법을 근거로 진행하는 ‘역사 정상화 사업’임을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10.27법난 - 1980년 10월 27일 전두환 신군부가 불교계 정화를 명분으로 군인과 경찰 3만 2076명의 공권력으로 전국 5731개 사찰을 군홧발로 짓밟고 2000여 명의 스님, 불교신도를 강제로 연행하고 수사한 사건이다. 수배자 및 불순분자를 걸러낸다는 구실로 총 1929명을 검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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