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정현경 기자] 가톨릭교회의 성직자 아동 성범죄 문제로 홍역을 앓았던 유럽에서 이번에는 성공회 사제의 아동 성범죄 문제가 드러나게 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갖고 성직자들의 아동 성범죄를 청산하기 위해 1950년부터 60여 년 치 성직자 기록을 분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웰비 대주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성범죄에 대해) 드러나지 않은 것들이 훨씬 더 많다”며 “성공회와 관계 기관에서 불거지는 아동 성범죄 문제를 광범위하게 조사하기 위해 사제 수천 명의 인사기록파일을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웰비 대주교는 그동안 성공회 측에서 ‘(성직자들의) 성범죄는 없다’고 무시하거나 간과하고 감싸준 것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려는 갱신 노력의 하나라고 전했다.

조사는 피해 생존자들을 직접 만나 범죄와 관련된 증거를 수집하고 ‘블루파일’로 알려진 교구별 사제 인사기록파일을 샅샅이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외부 감사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고 성범죄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웰비 대주교는 성공회 총회가 고해성사의 절대비밀유지가 과연 올바른가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고해성사를 통해 범죄 행위에 대한 정보가 입수돼도 사제가 직접 수사기관에 의뢰할 수 없어 은폐 논란을 일으켜왔다.

웰비 대주교는 “매우 급진적인 움직임이며 논의 자체가 교회 역사를 뒤집는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영국 심층보도매체에 아들의 성 학대를 고발하는 50대 어머니의 편지가 공개되면서 성공회 내부 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어머니가 지목한 사제는 아동 성범죄에 여러 차례 연루됐다. 웰비 대주교는 어머니에게 개인편지를 보내 성공회에 아동 성범죄가 만연돼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깊은 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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