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코리아스테이’를 운영하는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8가의 한 가정집에서 이 집에서 두 달째 살고 있는 알렉시스9여, 미국)와 가족들, 다른 관광객이 윷놀이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전 세계 사람과 한가족 되는 ‘코리아스테이’
한국가정문화 체험 원하는 외국인 관광객 늘어
이용만족도 높아… 친척집 방문하는 것 같아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24일 오전 9시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8가의 한 가정집. 학교 갈 채비를 한 알렉시스(여, 미국) 씨가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임영애(여) 씨와 언니 김지순(41, 여) 씨에게 “엄마, 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라고 인사했다.

그러자 임 씨는 “알렉시스도 잘 잤어? 오늘의 메뉴는 된장찌개야. 맛있게 먹어라”고 했고, 알렉시스 씨는 맛있는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갔다. 수업을 마친 이날 오후 알렉시스 씨는 집 현관에 들어서며 “다녀왔습니다. 오늘학교에서 정말 재미있는 일 있었어요. 친구가…”라며 가방을 멘 채로 임 씨의 가족들과 수다를 떨었고 집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이후 임 씨와 알렉시스 씨는 다른 가족들과 함께 김밥을 만들기로 했다. “한 줄, 한 줄 넣어서 돌돌 마는 게 재밌어요. 맛도 최고에요!”

이는 한 가정집의 일상과 같지만 사실 ‘코리아스테이’를 운영하는 한 홈스테이의 모습이다. K-POP, 드라마 영화 등 전 세계에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한국가정문화 체험하는 코리아스테이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1년 9월부터 코리아스테이 인증사업을 벌인 결과 올해 7월까지 홈스테이와 게스트하우스 등 모두 395곳이 운영되고 있다. 서류심사, 외국어 인터뷰를 포함한 현장방문심사, 운영위원회 심의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코리아스테이인증을 받을 수 있다.

해당 가구는 관광진흥법시행령 및 시행규칙 등 관련법령에 따라 2년의 인증기간에 인증마크를 외부에 부착한다. 또한 공사 26개의 네트워크를 통해 게스트를 유치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외국인들의 이용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홈스테이를 이용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의 이용만족도는 5점 만점에 4.43점이나 됐다. 이용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외국인 관광객과 한국가정 구성원이 한 공간에서 문화적 교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코리아스테이를 통해 한국의 친척 집을 방문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코리아스테이를 두 달째 이용하고 있는 알렉시스 씨는 “코리아스테이를 하면 맛있는 한식도 많이 먹을 수 있고, 가족들에게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도움 받을 수 있다”며 “가족처럼 지내다 보니 처음 한국에 왔을 때보다 한국어가 많이 늘어 이번 중간고사 시험을 잘 봤다”고 자랑했다. 그는 “코리아스테이를 하면 매일 한국어로 이야기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한국문화를 배울 수 있어 친구들에게 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학여행 등 단체 방문객도 줄을 잇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중국 청소년 문화교류 단체 189명이, 4월에는 중국 구이저우성 초·중학생 수학여행단체 90명이 각각 한국 가정에서 숙박체험을 했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힘들지만 많은 보람 느껴”

“제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힘들죠.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보람을 느껴요!”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코리아스테이를 운영 중인 김지순(여) 씨는 여행을 좋아해 여러 나라를 돌았다. 하지만 관광객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은 관광, 쇼핑, 음식 등으로 한계가 있었다.

김 씨는 “여행은 많이 했지만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일은 적었다. 현지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궁금했고, 가정문화를 느끼고 싶었다”며 “반대로 우리 집에 외국인이 와서 생활하면 그들의 문화를 우리도 보고 배울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코리아스테이를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모든 일이 막막했다.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외국인 가족에게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몰랐다. 나라에 따라 다른 특색을 보여 맞추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코리아스테이를 3년 정도 운영한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이 다녀간 뒤 페이스북이나,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을 만큼 친분이 두터워졌고, 이 분야에 전문가가 됐다.

코리아스테이가 접수되면 김 씨는 가족사진과 관련 정보를 신청자에게 보낸다. 신청자는 답변을 통해 자기소개서, 출신 학교, 방문 목적 등을 밝히는데 이 과정에서 나라별 특성이 나온다고 김 씨는 설명했다.

“힘들 때도 있지만, 내가 준 만큼 받는 것 같아요. 외국인 관광객과 함께 만든 김치와 어머니가 담근 자몽청을 선물로 주면,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서 ‘잘 먹었다. 고마웠다’는 이메일을 보내요. 또 페이스북을 통해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사진에도 댓글을 달면서 교류하고 있어요. 이제는 전 세계 사람이 모두 한가족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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