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개옷 설화(선녀와 나뭇꾼)’를 바탕으로 그린 조선총독부 청사 중앙홀 북벽 벽화,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말을 탄 여인(騎馬女人).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순이다.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동양을 수집하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박물관 전시품

불비상·반가사유상 등 200여점 공개
일본 중심의 아시아 역사 해석 담겨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조선을 식민지로 삼고 아시아 강국을 넘어 서구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 했다. 대업을 위해 일본이 조선에서 시행한 것 중 하나가 문화재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당시 일본은 조선총독부박물관을 세우고 중국 베이징, 만주, 일본 규슈 등에서 수집한 문화재를 전시했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은 일제강점기 박물관과 미술관의 역사를 아시아 문화재의 수집과 전시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접근 하며, 소장하고 있는 아시아 문화재를 중심으로 한 전시를 기획, 마련했다. 불비상, 반가사유상 등 200여 점을 공개한다.

이번 특별전 ‘동양을 수집하다’는 ‘동양’이란 단어의 궤적을 찾아가듯이 일제강점기 조선에 모인 아시아 문화유산이 가진 내력에 주목한다.

동양(東洋), 일반적으로 동아시아 또는 아시아 전역을 가리키는 이 말이 근대 일본의 산물이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동양이란 말이 13세기 중국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는 중국(광저우)을 기준으로 ‘동쪽의 바다’를 의미했다. 그리고 여전히 중국에서는 그런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의 동양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 일본에서였다.

당시 일본은 유럽 열강을 ‘서양(西洋)’으로 통칭했고, 그것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동양’을 제시했다. 일본은 동양을 통해 자신들의 전통이 서구와 같은 위치에 자리매김 되기를 원했다. 동양이란 말의 개념 속에는 이 지역에서 중국의 권위를 해체하고 자신들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 하려는 의미도 담겨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은 자국을 ‘동양 유일의 문명국’으로 생각했고, 낙후된 동양을 문명 세계로 인도할 적임자라 자부했다. 일본은 승자의 시선으로 아시아 각국의 역사를 해석하고 수집한 문화재를 박물관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은 조선총독부박물관, 이왕가박물관・미술관이 수집한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를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문화재는 1600여 건으로 한대(漢代) 고분 출토품부터 근대 일본미술까지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문화재 가 어떤 맥락에서 수집되고, 또 어떤 맥락에서 전시됐는지 살펴본다.

1부 ‘동아시아의 고대: 조선총독부박물관’에서는 조선총독부박물관이 중국 베이징, 만주, 일본 규슈 등에서 수집한 문화재를 전시한다. 2부 ‘서역 미술: 조선총독부박물관 경복궁 수정전’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중앙아시아 소장품에 담겨있는 역사를 소개한다.

이어 3부 ‘불교조각: 이왕가박물관 창경궁 명정전’에서는 이왕가박물관에서 수집한 중국 불교조각을 살펴본다. 한국의 불교조각을 이해하기 위한 참고자료로 중국 불상이 활용됐음을 알 수 있다. 4부 ‘일본 근대미술: 이왕가미술관 덕수궁 석조전’에서는 이왕가미술관에서 수집하고 전시했던 일본 근대미술을 통해 그것이 갖는 의미를 돌아본다.

전시에 출품된 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문화유산은 그 자체로도 의미를 지니지만, 그것이 전시되고 수집된 역사적 배경으로서의 20세기는 아시아의 문화유산을 읽는 또 하나의 키워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7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김영나 장은 “이번 전시는 한해를 마무리하는 특별전으로, 일제강점기에 수집돼 국립중앙박물관에 들어온 아시아 문화재에 관한 전시다. 박물관 소장품을 통해 문화재의 생성 과정을 살피고, 그 안에서 자문하며 답을 찾아가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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