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그림자

윤종대(1959~ )

이승의 반달 빛에 네 그림자를 밟고 있다.
반딧불이가 깜박깜박 주위를 배회한다.

저승의 반달은 어디에 숨어서
짙은 어둠을 배경으로 드리우는가
내 안의 칠 할이 넘는 어둠을 그물로 하여
이승의 반달 아래에 나를 비춰 들고 있다.

경계가 없는 곳은 찾아들기 어려워서
홀로 들어서기도 어려운데
누구랑 같이 가라는 말인가.
반딧불이가 초롱불같이 흔들리듯
달빛 속에 솔바람이 흔들린다.

[시평]
이쪽에 있는 삶을 ‘이승’이라고 하고, 저쪽에 있는 삶을 ‘저승’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는 이쪽의 삶, 그러니까 이승에 살고 있다. 그래서 가려진 저쪽, 곧 저승은 잘 알지도, 또 볼 수도 없다. 그렇듯이 하늘에 떠 있는 반달은 한쪽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지만, 다른 한쪽은 숨겨져 보이지를 않는다. 마치 우리의 알 수 없는 저승마냥.
반만 알고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우리의 삶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칠 할이 넘는 어둠 내면에 지닌 채, 본원적으로 그 누구와도 함께하지 못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이승의 반달 아래에서나 자신을 비추어보는 삶. 반딧불이나 깜빡이며 주위를 맴도는, 달빛 속 흔들리는 솔바람이나 맞으며, 걸어걸어 가는 우리의 그 모습.
그래서 어쩌면 우리네 삶이란 달빛에 비추는 희미한 달그림자인지도 모른다. 실체를 잃은, 실체가 아닌 허상이나 끌어안은 채 살아가는, 그리하여 숨겨진 또 다른 한 쪽은 영원히 보지 못하며, 한쪽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우리인지도 모른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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