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북한정의연대 정 베드로 목사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 실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북한정의연대 정베드로 목사

20여 년 전부터 북한인권운동
유엔에 북한인권법 제정촉구
탈북자 북송반대운동도 펼쳐

“북한교회는 선전·외화벌이용”
보이기식 남북교류 지양해야
교류에 구체적인 점검 필요

北, 그루터기·지하교인 존재
주민 인권·종교탄압 극심
종교의 자유 촉구 전략 필요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수년 동안 소원했던 남북교회 교류가 올해 공동기도회 개최 등이 이어지며 활기를 띠는 분위기이다. 지난 8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 이어 이달에는 조국평화통일협의회(조평협)가 북한 평양 봉수교회에서 남북공동기도회를 개최했다. 경색된 정치계와는 달리 종교계 교류는 그나마 활발해져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인정하는 교회와 남한교회 연합체들의 교류가 실질적인 북한 종교인권 신장에는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어렵게 성사되는 교류이니만큼 더 체계적인 준비를 통해 죽어가는 북한 신앙인과 주민을 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24일 오후 북한주민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북한정의연대 정베드로 목사를 만나 한국교회의 대북교류 방향에 대한 조언을 청했다. 정 목사는 20여 년 전 중국 선교시절부터 탈북자들의 인권을 위해 뛰어들었으며, 2007년 북한정의 연대 설립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에 북한 인권침해의 실상을 알리고 탈북자 북송 반대운동, UN에 북한인권법 제정 촉구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파악한 북한 주민들의 신앙상황을 설명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해외 선전용 친정부 봉수·칠골교회

정 목사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은 1989년 이후 북한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평양에 봉수‧칠골교회를 증축‧건립했다. 천도교 교당과 러시아 동방정교 교회당도 만들었다. 그는 북한이 종교인들의 방북을 이끌어내 외국으로부터 외화를 충당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종교를 이용했다고 봤다.

이 때문에 봉수교회나 칠골교회에서 방북단과 예배를 드릴 때 동원되는 교인들도 평양에서 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거나 김일성과 함께 혁명투쟁을 했던 가계 등 친정부 사람들이라는 설명이다. 또 북한은 김일성대학 내 종교학과를 만들어서 선전용 기독교 신학을 학생들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당국은 철저한 교육과정을 통해 배출한 종교학과 졸업생들을 예배에 투입해 신앙인들을 색출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종교는 북한 당국의 철저한 관리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정 목사는 한국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신앙인들은 북한의 공식적인 교회 대표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당국의 박해를 피해 숨죽이며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붙잡히면 신앙을 한다는 이유로 정치범수용소에 갇히게 되는 일명 그루터기신앙, 신지하교인이다.

▲ 북한정의연대 정베드로 목사가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 기독교인에게 가해지는 고문을 표현한 그림판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루터기신앙·신지하교인 보호해야”

그루터기 신앙인은 조선민주주의인민 공화국 설립 전부터 선조들이 예수를 믿고 받아들여서 신앙을 했었던 교인들이다. 이후 김일성과 소련의 신탁에 의해 통치를 당하며 종교를 억압당했을 때 지하로 스며들어갔다. 김일성이 북한을 세우며 가장 경계한 세력이 바로 기독교인이다. 주체사상과 당 세력에 위협적이라 판단하고 기독교인을 축출했다.

이에 따라 1958년부터 1960년대까지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기독교의 씨는 완전히 말라버리는 듯했다. 성경책을 보유하거나 예배를 드리는 등의 비밀활동들을 잡아냈고, 김일성은 북한에 기독교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목사는 교회는 없어졌지만 지금도 마음속으로는 믿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봤다. 북한정의연대는 북한의 51개 계층에서 그루터기 신앙인이 1% 내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루터기 신앙과는 다른 측면의 신앙이 있는데, 신지하교인이다. 1990년대 중반 김일성이 사망한 후 300만 명이 고난의 행군으로 굶어죽을 때 중국의 건너 온 북한 주민들이 교회만 가면 살 수 있다고 해서 중국의 조선족 교회나 한국인 목사들을 통해 예수를 알고 믿은 후 북한에 돌아가서 직접 지하교회를 세운 이들이다.

이 사람들은 뜨거운 신앙을 갖고 북한에 돌아갔지만 체포돼서 공개처형을 당하거나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 실종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어렵게 신앙을 하고 있는 교인들을 신지하교인이라고 보고 있다.

◆“신앙 자유 인정 촉구 필요”

한국교회가 그루터기 신앙인이나 지하교인을 직접적으로 접촉할 수는 없다. 접촉했다가 자칫 신앙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당국의 처벌이 뒤따른다. 이 때문에 직접적인 지원이 불가능하다. 정 목사는 그렇다고 포기할 게 아니라 우회적인 방법으로 시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가정교회나 지하교인을 접촉하면 신분이 노출되기 때문에 접촉은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라면서도 “북한에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도록 하는 전략을 세우고 계속해서 당국에 제스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의 인권이나 신앙의 자유에 대해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김일성 주체사상탑에 가서 절하고 만경대 혁명유적지에 가서 사인한다면 이것은 잘못된 행위” 라고 말했다.

정 목사는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과 화해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그는 한국교회와 북한교회의 교류에 대해서도 좀 더 구체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국교회가 교류를 통해 ▲가정교회가 있다고 했다면 실제로 가정교회에서 정기적으로 예배를 드리는지 확인 ▲가정교회 지도자들과 정기적인 접촉이 이뤄지도록 시도 ▲인도적 지원을 할 경우 가난하고 헐벗은 아동들에 대한 지원과 교회를 통한 지원 여부 확인 등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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