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운동 장동팔경첩 (사진제공: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 ‘청계천 버드나무’
회화·시문집·조선왕조실록·사진 등 자료 공개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예나 지금이나 청계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중 하나가 버드나무다. 청계천 버드나무가 기억하고 있는 예전과 지금의 서울은 얼마나 다를까.

청계천 상류(上流)의 버드나무는 18세기 우리 산천(山川)을 고유의 화풍으로 표현한 정선(1676~1759)의 진경산수화 ‘백운동도(白雲洞圖)’와 그의 손자 정황(1735∼?)의 ‘청풍계도(淸風溪圖)’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림 속에서 연둣빛으로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지 사이로 시선을 옮기면 맑은 물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청계천 본류(本流)의 버드나무는 주로 ‘준천사업(濬川事業, 천을 깊게 파서 홍수를 막은 사업)’과 관련돼 등장하는데, 개천(開川, 청계천의 조선시대 명칭)의 홍수를 막기 위해 버드나무를 심은 이유와 장소 등이 나타난 기록과 회화작품을 통해 알 수 있다.

특히 영조가 1760년 대대적인 준천사업을 마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화첩인 ‘준천첩’ 중 오간수문(五間水門)의 준천 현장을 영조가 직접 관람하는 모습을 그린 ‘상관역우동문도’의 버드나무와 현존하는 지도 중 오간수문 근처의 버드나무를 생생하게 남긴 ‘한양도성도(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옥계십이승첩(삼성출판박물관 소장)’과 유본학(1770~?)의 문집 ‘문암집’ ‘동국세시기(국립중앙도서관 소장)’ 등을 통해 버드나무가 봄놀이 장소로 손꼽혔다는 사실과 일제강점기 신문자료를 통해 봄을 알리는 소재로 버드나무가 자주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청계천 이야기 ‘전시’로 만나다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강홍빈)이 지난 24일부터 2015년 3월 1일까지 기획전 ‘청계천 버드나무’를 개최한다.

전시는 ‘청계천’이라는 주제와 생태적 매개체를 접목한 새로운 관점의 기획전이다. 서울시 성동구 청계천로 청계천문화관에 마련된 이번 전시는 청계천 버드나무가 지나온 자취를 따라가며 시대와 공간의 개념에서 청계천 역사를 조명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평상시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청계천 버드나무의 존재와 자취를 인식하고, 청계천 버드나무를 담고 있는 회화작품과 시문집(詩文集), 조선왕조실록, 사진 등의 다양한 자료를 한곳에서 볼 기회다.

▲ 버드나무 가지를 엮어 만들어 옷을 보관하는 데 쓴 ‘버들고리’ (사진제공: 서울역사박물관)

전시는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주제 ‘청계천과 버드나무’는 청계천과 버드나무에 대한 이야기의 시작이자, 전시주제를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도입부다. 이번 전시가 왜 버드나무를 통해서 청계천을 조명하는가에 대한 호기심과 실마리를 동시에 제공한다.

두 번째 주제는 ‘시간과 공간의 흐름 속에서-버드나무’다. 전시의 핵심 부분으로 버드나무가 청계천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어떻게 존재해왔고, 당시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버드나무의 흔적을 문헌기록과 회화, 사진자료와 영상, 신문기사 등을 통해 조선시대부터 근대, 일제강점기, 1970년대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풀어 놓았다.

세 번째 주제 ‘사람들 틈새의 버드나무’에서는 버드나무가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사용됐는지, 어떠한 바람이 투영됐는지를 이야기한다. 버드나무 줄기를 엮어 옷을 보관하거나 도시락으로 사용되던 버들고리와 허리띠를 담아두던 요대상(腰帶箱) 등 버드나무로 만들어진 생활용품을 관찰할 수 있다.

네 번째 주제 ‘청계천을 품은 버드나무’에서는 예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도 청계천과의 동행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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