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탄스런 군수품 납품비리와 성군기 사고가 또 발생했다. 군의 총체적 난국이다.

음파탐지기를 20배 이상 비싼 가격에 구매한 ‘통영함 납품비리’, 육군 특수전사령부가 북한군 소총에 뚫리는 방탄복을 지급한 사건 등 군(軍)피아가 개입한 정황들이 지난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열거됐다.

군피아가 군을 우롱하고 여기에 군이 장단을 맞춰준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불과 얼마 전 현역 장군이 성폭행으로 물의를 일으켜 체포돼 국방부 장관이 성군기 사고는 엄벌하겠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또 현역 장교의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급기야는 군내 에이즈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뉴스까지 나왔다.

에이즈 감염이 확인된 군 장병은 지난 2011년 22명, 2012년 24명, 지난해에는 33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24명이 에이즈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에이즈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할 군이지만 지난해부터 상병 진급 시기에 실시하는 건강검진 항목에 에이즈 검사는 빠져있다고 한다.

일련의 사태는 강군(强軍)과 병영문화 혁신을 외쳐온 군의 ‘구멍’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올해 군 문제가 빚어질 때마다 군 당국은 군혁신과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군 문제를 보면서 솔직히 드러난 것만 문제겠는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현재 빚어지고 있는 군 관련 사태는 가장 건강하고 활기찬 시기를 군에 바치는 청년들에게 무슨 명목으로 군에 가라고 해야 할지 할 말을 잃게 한다. 소총에 뚫리는 방탄복, 군피아와 짜고 치는 수많은 방산비리, 갈수록 수위가 더해지는 성군기 사고에 에이즈까지.

이제 국민도 입에 발린 병영문화 혁신을 믿지 않는다. 현재와 같은 문제가 지속된다면 대한민국 부모들이 아들을 군에 보내지 않겠다고 들고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썩은 환부는 도려내야 빨리 새 살이 돋고 치유되는 법이다. 썩고 부패한 곳을 스스로 도려내지 못한다면 정책적으로라도 대수술을 속히 단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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