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비언어적 의사소통(Nonverbal Communication)이란 얼굴의 표정, 눈짓, 몸짓, 손짓, 자세, 신체의 동작, 말투 등을 비롯해 비언어적 음성인 한숨, 흐느낌, 탄식, 괴성, 환호성 등 언어기호 이외의 수단에 의한 의사소통을 말한다. 대개 언어적 의사소통과 함께 이루어지지만, 간혹 비언어적 의사소통 단독만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보자. 지금 나의 기분이 좋지 않아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을 때 상대방에게 “제 기분이 좋지 않으니 얘기는 나중에 하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실제로 암울한 표정을 짓는다(언어적 의사소통과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동시에 이루어짐). 그러나 어떤 경우 굳이 얘기를 하지 않는다. 즉 고개를 가로젓거나 손사래를 치면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면(비언어적 의사소통이 단독으로 이루어짐), 상대방은 나의 의미, 즉 대화하고 싶지 않음을 알아차려서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 않거나 혹은 나의 가라앉은 기분을 풀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대개 언어적 의사소통과 일치하지만, 상충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럴 때 과연 사람들은 무엇을 더 믿겠는가?

예를 또 들어보자. 서로 높은 언성이 오고갔던 부부 중 한 사람이 배우자에게 “혹시 내 얘기에 화가 났어?”라고 묻는다. 이때 그는 “아니, 나 화나지 않았어”라고 말하면서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린다. 그렇다면 상대방은 그의 말을 믿을 것인가? 당연히 믿지 않을 것이다. 비록 말로는 화가 나지 않았다고 했지만, 말투와 표정에서 이미 그가 화났음을 감지할 수 있고, 결정적으로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림으로써 누구나 다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화를 표현한 것이다.

이와 같이 언어적 의사소통과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불일치하거나 서로 상충되는 경우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의미를 더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아마 그래서 상대방의 눈치를 보거나 표정을 살피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고 할 수 있다. 언어적 의사소통을 훌륭하게 하면서 비언어적 의사소통마저 잘 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다.

올바른 비언어적 의사소통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첫째, 시선 접촉(또는 눈 맞추기)을 적절하게 유지한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있다. 눈을 맞추지 않고 다른 곳을 쳐다보면서 대화할 때 상대방은 나를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 또한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서 얘기하는 상대방의 진심을 알기 어렵다.

둘째, 적절한 자세를 취한다. 팔짱을 끼고 몸을 뒤로 젖힌 자세는 매우 거만해 보인다. 또한 지나치게 경직되어 마치 차렷을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자세는 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부담을 느끼게 만든다. 몸을 상대방으로 향하고 약간 앞으로 구부린 자세, 그러면서 몸의 힘을 약간 뺀 자세가 적절하다. 키가 크다고 해서 상대방을 내려다보는 시선 처리는 예의범절에 어긋난다. 그렇다고 해서 무릎을 구부려서 몸 자체를 낮추는 자세는 상대방의 자존심을 더욱 상하게 만든다. 자연스럽게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이 중요하고, 의자에 앉아서 대화할 것을 제안하는 것도 상대방에 대한 훌륭한 배려다.

셋째, 적절한 몸짓 또는 손짓을 활용한다.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할 때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매우 차이가 난다. 반대의 의사를 표현할 때도 중간에 끼어들지 않고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내젓는다면, 상대방은 나의 몸짓을 통해서 발언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 박수를 치거나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는 동작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동의의 강도를 높일 수 있고, 이때 상대방 역시 강한 인상을 받게 된다.

넷째, 얼굴 표정을 잘 활용한다. 얼굴의 표정이야말로 인간의 감정을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웃는 얼굴 또는 긍정적 얼굴 표정이 기본이 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해서 계속 웃는 표정만 지어보인다면, 이 또한 가식적인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따라서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얼굴 표정도 지을 수 있지만, 강렬하지 않게끔 혹은 지속되지 않게끔 가벼운 정도의 간헐적인 얼굴 표정을 짓는 것이 좋다. 즉. 긍정적인 표정을 최대한 늘리고, 부정적인 표정을 최소로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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