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불교평론 세미나실에서 열린 10월 열린논단에서 오강남 교수가 ‘세월호 앞에서 종교를 다시 생각해 보다’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오강남 교수, 불교·기독교 근본적 자기성찰·혁신 강조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우리 사회를 충격과 슬픔으로 몰아넣었던 세월호 참사 앞에서 종교인으로서 반성해야 할 모습을 돌아보고 종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계간 불교평론과 경희대 비폭력연구소는 지난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MG타워 불교평론 세미나실에서 10월 열린논단을 개최했다. 이번 논단에는 오강남(캐나다 리자이나대학교 종교학 명예교수, ‘경계너머 아하!’ 이사장) 교수가 초청돼 ‘세월호 앞에서 종교를 다시 생각해 보다-기독교, 불교, 영성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오강남 교수는 이번 세월호 사건 앞에서 ‘한국 인구의 반을 차지하는 기독교와 불교가 지금껏 한국 사회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한국 불교든 기독교든 몇몇 뜻있는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다가 지금까지 국민들의 정신 건강이라든가 안녕이라는 대의에 관심을 가지기보다 자기 교회, 자기 사찰의 성장에만 몰두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종교인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오 교수는 세월호 침몰 사건은 우리 사회에 팽배한 물질만능주의, 성장제일주의, 배금주의 등이 초래한 결과라면서, 기독교인이나 불교인이나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거나 ‘욕심이 모든 괴로움의 근본’이라고 가르치는 교리와 다른 삶을 살아왔음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기독교와 불교의 기본 교리로 생각하는 ‘초자연적 유신론(supernatural theism)’과 ‘업(業, karma)’의 관점에서 사회 현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불교평론 세미나실에서 열린 10월 열린논단에서 오강남 교수가 ‘세월호 앞에서 종교를 다시 생각해 보다’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먼저 기독교의 신관(神觀)으로는 ‘신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하시는가’에 대한 대답이 곤란해진다면서 지난 6월 논란이 됐던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의 설교를 예로 들었다.

김삼환 목사는 세월호 침몰을 두고 “하나님이 공연히 이렇게 침몰시킨 게 아니다. 나라를 침몰하려고 하니 하나님께서 대한민국 그래도 안 되니, 이 어린 학생들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오 교수는 “요약하면 전지전능하신 신이 모든 것을 아시고 나라를 구하려 어린 아이들을 희생시켰다는 뜻으로, 아무리 신을 변호하려고 해도 이런 식으로 변호하는 것은 많은 이들의 빈축을 살 뿐”이라고 비판했다.

오 교수는 불교에서도 ‘업’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이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이라는 것은 과거에 지은 행위로 현재에서 거기에 대응하는 응보를 받고, 다시 현재의 행위로 미래에 거기에 상응하는 결과를 거둔다는 것으로 일종의 인과응보 사상이다.

그는 “그러나 인과응보 같은 업 사상이 과연 세월호에 희생된 어린 학생들의 비극을 설명하는 데 적절한 대답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희생자의 가족이나 그것을 보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나 위로가 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오 교수는 다른 관점의 태도가 필요하다면서 달라이 라마가 설명한 ‘영성(spirituality)’이나 빔라오 람지 암베드카르의 사상을 제안했다. 달라이 라마는 종교와 관계없이 사랑과 자비와 애정으로 기울어지는 인간 내면에 깔린 성향을 ‘영성’이라 했다. 인도의 사회개혁운동가, 정치가이며 인도불교협회를 조직한 암베드카르는 ‘인간의 길흉화복을 모두 신의 소관으로 돌리는 태도가 인간 스스로의 노력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 교수는 “일단 인과응보와 같은 율법주의적 태도에서 해방돼야 한다”면서 표층종교에서 심층종교로 심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종교가 참된 나를 찾고 깨달음을 통해 영성적인 종교가 되길 바란다면서 “국민 개조가 있으려면 우선 종교계, 특히 기독교와 불교의 근본적 자기 성찰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불교가 기독교가 손잡고 이 시대에 걸맞는 삶의 지침을 줄 수 있는 살아있는 종교로 발돋움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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