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직 사퇴를 표명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밥만 축내는 국회, 내가 할 일 없어”… 당 지도부 ‘당혹’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체제가 출범 석 달여 만에 ‘최고위원직 사퇴자 발생’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참석 직후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국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사퇴 명분으로 내세웠다. 당 지도부의 사퇴 만류도 뿌리쳤다.

비주류인 김 최고위원은 지난 7.14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면서 지도부의 일원이 됐다. 그동안 그는 김 대표와 이인제, 김을동 최고위원과 함께 비주류 지도체제를 지탱해오던 하나의 축이었다.

그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따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무성 체제는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개헌 논란에 이어 김 최고위원의 사퇴까지 겹치면서 내우외환에 휩싸이게 됐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김 최고위원의 사퇴 표명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 곳인지, 밥만 축내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나 자신부터 반성하고 뉘우친다는 차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퇴 밖에) 아무것도 없다”며 “이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를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 국회에 계류된 경제활성화법은 직을 걸고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헌 이슈와 관련해선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누구보다 개헌 필요성을 느끼고 계신 분이라고 말해왔다”며 “그러나 한국 경제가 너무나 위중하고 저성장 늪으로 접어들고 있어 경제 불씨를 살리지 않으면 모두가 불행해질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번 정기국회에서만은 (개헌 논의를 하지 말고) 여야가 총력으로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김 최고위원은 “대통령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회를 향해 ‘경제활성화 법안만 제발 좀 통과시켜달라. 시기가 있다.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이다’라고 애절하게 말씀해왔다”면서 “그런데 국회에서 어떻게 부응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오히려 개헌이 골든타임이라고 하면서 대통령한테 염장을 뿌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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