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요법으로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는 침과 뜸은 한의사만 시술해야 하는가? 최근 몇 년 간 꾸준히 문제가 제기됐던 현행 의료법이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랐다.

헌법재판소(소장 이강국)는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12일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현행 의료법 제27조와 구 의료법 제25조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청구인들은 이 조항들의 ‘의료행위’ 개념이 너무 추상적이고 광범위하다고 주장했다.

즉 일반인이 행하는 침뜸, 부황, 자기(磁氣)요법 등의 대체의학은 신체에 별다른 위해가 없기 때문에 동조항이 규정하는 ‘의료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요지였다.

이날 청구인의 대리인으로 나온 황종국 변호사는 “치료받을 권리와 치료수단을 선택할 행복추구권은 누구에게나 보장되는 것”이라면서 “의사·한의사가 고치지 못하는 병, 돈이 없어서 제대로 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대체의학은 또 다른 희망”이라고 설명했다.

대리인 진선미 변호사는 “의료행위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모든 대체요법을 규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아느냐”면서 “몸에 자석을 붙이기만 하면 되는 자기요법을 사용할 때도 한의사의 처방전을 받아야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대리인 박태원 변호사 역시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대체의학은 어느 한 계층이 독점하라고 조상들이 물려준 것이 아니다. 한의사의 본래 업무는 약재 처방”이라며 “침구를 한의사의 독점물로 보는 것은 너무 자의적인 해석이다. 그렇게 따지면 체한 아이의 손가락을 따주는 어머니의 행위도 위법한 것이 된다”고 따졌다.

이에 대해 이해관계기관 보건복지가족부의 대리인 박혁 변호사는 “의료행위는 사람의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교육이 전제가 돼야 한다”면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람의 의료행위는 치명적인 위해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짙다”고 반박했다.

박 변호사는 “국가는 국민건강의 보호증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고, 이런 입장에서 국가가 비전문가의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대체요법이 의료사고로 이어질 경우 사람의 신체에 중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그 피해는 영원히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결론적으로 의사 면허제도를 폐지하면 국가의 의료책임은 붕괴되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 검증을 거쳐 대체의료를 허용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이 역시 입법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여러 대학에서는 대체의료학과를 개설 중인데 이를 수료하더라도 현행법에 의하면 의료시술을 할 방법이 없어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를 놓고 김희옥 재판관은 “교육을 가르치고 있음에도 의료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모순 아니냐. 다른 좋은 방법이 있느냐”고 이해관계인 측에 질문을 던졌고, 이에 박 변호사는 “의료인이 아니면 국가법익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아울러 모호한 의료법의 조항이 경직된 판례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 변호사는 “법이 명확히 규정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한의사가 아닌 사람의 의료행위가 정당성을 인정받는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고 짚은 뒤 “돈을 받으면 안 되고, 동기, 목적, 능력 등을 따지니 병을 고쳐놔도 대부분 유죄를 선고받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수많은 민간의술 중에 허용되는 행위와 허용되지 않는 행위를 구분해 달라”며 “구체적으로 구분 못한다면 기준이라도 설정해 달라. 그래야 죄형법정주의 위반 문제가 덜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공개변론에는 지난해 무면허 의료행위로 45일간 침구사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구당 김남수 옹이 방청객석에 앉아 변론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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