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聖) 걸레

윤 효(1956~ )

 

걸레 같은 놈
에잇, 걸레 같은 년

쏟아지는 손가락질 끝끝내 함께 받으며
연놈의 얼룩 가만히 다독여 주는,

성(聖) 걸레. 

[시평]
오래 전에 읽은 소설 중에서, ‘행주가 한번 잘못 쓰이면 영원히 걸레가 된다’라는 대목을 읽은 적이 있다. ‘걸레’,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좋지 않은 경우를 비유하는 데 많이 쓰인다. 더러운 것을 닦아내니, 그 몸이 전부 더럽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이를 뒤집어 생각해 보면, 걸레만큼이나 좋은 일을 하는 것 또한 없다. 더러운 것들을 온몸을 다하여 닦아내고, 자신의 온몸을 바쳐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을 하니 말이다. 이러한 걸레와도 같이 더러운 것을 자신을 희생하며 닦아주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세상이 그나마 깨끗해지고 또 숨통도 트이는 것 아니겠는가.
세상의 손가락이 모두 가리키며 ‘걸레 같은 놈, 걸레 같은 년’이라고 욕설을 퍼부어도 끝끝내 함께 받아주며 다독여주고, 또 닦아주는 그 사람. 그래서 비록 그 사람 온몸이 세상의 손가락으로 더럽혀지고 만신창이가 되었어도, 그런 사람이 바로 진정한 사람이리라. ‘성(聖) 걸레’, 비록 자신은 더러워졌어도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성 걸레’, 모두가 깨끗한 행주인 채 하며 살아가는 오늘, 우리는 더욱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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