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역에서

고영민

 

기차가 옵니다
내 삶의 창 앞에 작은 기차역 있습니다
어둔 겨울밤
비에 젖은 기차는 해변 저편에서 옵니다
이토록 오래 기다린 어떤 바람이 오늘은 기차에서 내릴까요?
그러나 내 삶의 작은 역엔 겨울비만 내립니다
스쿠루우지의 철컥거리는 열쇠소리를 남기고 기차는 소나무 숲 속으로 사라집니다
왜 기차는 한 번도 돌아오지 않을까요?

비 내리는 겨울 밤
파도가 불륜으로 뒤척일 때,
깜깜한 밤 중 기차가 멎고, 갑자기 나의 역은 환해집니다
기차가 떠나고 빨간 우산을 든 소녀가 서 있습니다
내리던 비는 하늘로 돌아갑니다
휴대폰도 환해집니다 

 

 

-약력-
현 부천부흥중학교 교사
서정문학 신인상 수상
서정문학 이 계절의 시인상 수상
시집 ‘천국의 야설’ ‘빨간 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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