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 ‘상하이 개헌 발언’에 이어 공무원연금 개혁의 시기를 놓고서도 청와대와 엇박자를 보이다보니 당청 갈등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놓고 여러 얘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권의 잠재적 갈등구조가 벌써부터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김무성 대표의 상처가 더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지지여부와 관계없이 권력의 정점에 있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는 아직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안전한 위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과의 갈등 또는 충돌로 비춰지는 모습은 상처를 넘어 자칫하면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긴장과 협력의 전략적 선택 필요

김무성 대표에게 거는 국민적 기대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할 말은 할 수 있는 집권당 대표다운 모습일 것이다. 집권당이 마치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같은 그런 위상으로는 국민의 지지는커녕 의회정치의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 과거 독재시대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런 무능하고 유약한 집권당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런 현실을 제대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청와대의 지시나 압박이 아니라 정국을 주도하는 집권당으로서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조했던 것이다. 당내 ‘보수혁신위’를 꾸려서 혁신에 나서겠다는 것도 그러한 배경이다. 그런데 취임 100일 만에 예기치 않았던 늪에 빠져버렸다.

김무성 대표의 상하이 개헌 발언은 어떤 경우에도 적절치 않았다. 국정감사 중에 어렵사리 시진핑 주석을 만나러 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목적에 충실해야 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개헌이라니 그것도 상하이에서,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은 외유 중이 아니던가. 개헌론이 ‘경제 블랙홀’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던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크게 실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공무원연금 개혁의 시점도 “연말까지 처리해 달라”는 청와대 주문에 굳이 토를 달 필요가 없었다. 연말까지 하면 좋고, 설사 해를 넘기더라도 그것은 김무성 대표가 책임질 문제가 아니다. 야당이라는 협상 파트너가 있는 상황에서 시점을 정해놓고 협상을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도 충분했다.

그렇다면 명분도 실리도 없는 청와대와의 대치는 김무성 대표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할 말은 해달라는 국민의 요구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잘못된 독주와 전횡에 대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 달라는 것이다. 철저하게 대의명분과 국민의 이익을 놓고 의회정치의 지평을 더 넓혀달라는 요구이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의 청와대와 협력해야 할 것과 싸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놓고 전략적 접근과 고민이 필요하다. 무턱대고 협력만 하는 것도 안 되지만 툭 하면 긴장관계가 조성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협력과 긴장, 그 절묘한 전략의 리더십을 김무성 대표는 빨리 익혀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