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소리극 ‘도미부인’ 포스터

백제 개루왕 때 설화, 오늘날 새롭게 재조명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지금으로부터 1800년 전 백제 개루왕 때 일이다. 당대 평민출신의 절세가인이었던 ‘아랑’이라는 한 여인이 있었다. 그는 귀족들에게 많은 구애를 받았지만 ‘도미’라는 한 남자만 사랑했다. 신분 차별이 심해 사랑을 허락받지 못하자 둘은 멀리 도망을 가 결혼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백제 개루왕이 도미부인을 보고 첫눈에 반해 후궁으로 삼으려 한 것. 도미부인은 도망가고 남편이 대신 잡혀 끔찍한 일을 당한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재회에 성공한 부부는 고구려로 망명해 행복한 여생을 보낸다.

이는 백제 개루왕 때부터 전해 내려온 이야기로, 한성 백제의 터전인 강동구의 대표적인 설화다. 1800년 전 부부 사이의 애틋한 정(情)과 신의(信義)를 담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스토리가 오늘날 경기소리극 ‘도미부인’으로 환생했다.

경기소리극 ‘도미부인’ 제3회 기획공연은 오는 30일 오후 7시 30분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다. 극은 강동예술인연합회 주최, 강동예총 국악협회 주관, 강동구청·국악방송 후원으로 진행된다.

▲ 서울 천호동의 도미부인상 (사진제공: 세화 엔터테인먼트)

지난 2008년부터 경기소리극 ‘도미부인’을 직접 제작하고 공연해온 강동예총 국악협회 박매자 회장(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은 “한성 백제의 터전이 바로 강동구라는 점을 고려해 고장을 대표하는 도미부인의 순결과 정절을 예술을 통해 기림으로써 자라나는 청소년들한테 교육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도미부인을 경기소리극으로 만들어 최초로 공연해 경기소리의 영역을 넓혔다는 평을 얻은 바 있다.

강동구 관계자는 “지역의 소중한 설화를 단순히 설화로 묵혀둘 것이 아니라 이 시대 새롭게 재조명함으로써 강동의 상징으로서 분명하게 자리매김하도록 해야 한다”며 “도미부인은 1800년을 넘어 이 시대 강동구민에게 한발 더 가깝게 다가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경기소리극 ‘도미부인’ 공연은 벌써 팬들의 기대가 크다. 강동예술인연합회 측은 “경기소리극 ‘도미부인’을 통해 관객들이 1800년 전 남편을 사랑하고 순결을 지켰던 한 여성의 고귀한 정신을 되새겨 현실을 살아가는 등불로 삼았으면 좋겠다”며 희망을 밝혔다.

문의) 02-471-5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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