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X 판매승무원이 지난 12일 서울역에서 상하차 업무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KTX 판매승무원 ‘물류 상하차’ 떠안아
혼자 카트 들고 열차 타다 부상 다반사
코레일관광개발 “부속합의서 체결 후 시행”
노조 “사측, 소수노조와만 얼렁뚱땅 합의”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KTX에서 판매승무원들이 음료수·도시락·과자를 싣고 다니는 카트의 무게는 최대 150㎏에 달한다. 흔들리는 열차 안에서 카트를 밀며 18량의 객차를 이동하다 보면 동반되는 허리통증, 몸살은 이들 사이에서 흔한 일이다.

그러나 몇 달 전부터 극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판매승무원이 많아졌다. 판매 업무에 물류 상하차 업무까지 맡게 됐기 때문. 판매승무원은 대부분 여성이다. 유니폼인 정장치마를 입고 물건을 옮기다 보니 다리에 멍이 들거나 허리를 다치는 경우도 다반사다. 판매 승무원인 이윤선 씨도 얼마 전 열차에서 음료박스를 싣다가 허리를 다쳐 3주간 병원신세를 졌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지만 고된 업무로 사표를 내거나 이직을 준비하는 이들도 생겼다.

이 씨에 따르면 여승무원이 한 손엔 캐리어, 한 손엔 카트를 끄는 게 쉽지만은 않다. 열차 출발시간에 맞춰 서두르다 보면 고객이 구입해야 할 물건이 파손되기도 한다. 물건을 싣다가 쏟아질 경우 선로로 내려가 수습하는 것도 이들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다. 물건이 바퀴에 끼거나 열차가 승무원을 못 보고 출발할 경우에는 얼마든지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 이 씨가 틈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 카트와 캐리어를 가지고 열차에 오르다 판매물품이 선로 아래로 떨어져 유니폼을 입은 판매승무원이 내려가 줍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KTX 판매승무원)

◆ “노동조건 더 악화” 울상
한동안 논란이 됐던 KTX 여승무원들의 노동조건이 이처럼 일부 더 악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코레일관광개발은 SD승무원이 하는 열차 내 물품 판매 업무를 SB승무원도 동일하게 하고 있으나 승무수당이 지급되지 않아 부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지난 2월 말 한국철도산업노동조합(철도산업노조)과 부속합의서를 체결했다. 부속합의서에는 SB 승무원에게 3월 1일부터 승무수당을 지급하되 물류 상하차 업무를 병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지난 4월부터 판매승무원들은 물류 상하차 업무를 함께 해오고 있다. 문제는 부속합의서를 체결한 노조가 소수 직원이 가입한 노조이며, 해당 업무를 병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어 사측에 대화를 요청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KTX 판매승무원이 물류 상하차 업무를 맡게 돼 한 손엔 캐리어, 한 손엔 카트를 끌고 열차에 오르는 모습. (사진제공: KTX 판매승무원)

우선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과 판매승무원들은 철도산업노조가 전체 승무원 중 극히 일부만 가입한 소수노조에 해당돼 근로조건을 결정할 대표권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철도산업노조에는 100명 조금 넘는 인원이, 철도노조에는 300명이 넘는 인원이 가입돼 있다. 김영준 철도노조 미조직비정규국장은 “어차피 지급했어야 할 승무수당을 상하차 업무의 대가로 논의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사측은 과반수 이상이 가입한 철도노조와 노동조건을 상의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매승무원의 물류 상하차 업무는 앞서 말한 육체적 고통 외에도 판매 부진과 노동 착취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판매승무원 이 씨는 “회사에서는 열차 안에서 판매 실적이 부진하다고 하는데 물류 상하차 업무가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물건을 싣고 나르는 업무까지 더해지면서 열차가 출발해도 물건 정리로 판매 시간이 줄어들게 됐다는 것이다. 실적 부진은 판매승무원의 인센티브 감소로 이어진다. 또 이전에는 유니폼을 입고 물류직원들이 옮겨주는 물건을 정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으나 물건들을 챙겨 열차로 싣고 나오는 일까지 하게 되면서 몇 달째 근무시간 외의 시간에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업무는 늘어나고 임금은 줄어드는 셈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철도노조 김 국장은 “사측에서는 사실상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며 “상하차 업무 시범 운행과정의 문제점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법적 대응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관광개발 관계자는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정당하게 물류 상하차 업무에 대한 부속합의서를 체결한 것이며 일부 직원이 일탈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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