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천동 사무국장이 안보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인터뷰 | 이천동 평화재향군인회 사무국장
전문 강사·교제·가이드라인 전혀 없어
초등학생에 군 교육용 자료 그대로 방영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한국.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며 60년 넘게 노래 부르고 있지만, 아직도 북한은 가깝고도 먼 동포들의 나라다. 지나온 세월만큼 청소년들은 통일에 대해 무뎌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교육부와 통일부가 전국의 초·중·고 200개교 학생 11만 6000명, 교사 3130명 등 총 11만 91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53.5%로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어 보통(26.1%), 불필요(19.7%) 순으로 답했다.

이는 통일에 대한 학생들의 의식 수준을 높여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통일을 위해 동포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호소하는 이천동 평화재향군인회 사무국장을 만나 안보교육에 대해 들어봤다.

“안보교육, 이대로는 안 됩니다. 북한을 괴물, 악마 등 사라져야 할 대상으로 교육하면 통일을 앞당기기는 어렵습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천동 사무국장이 안보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이 사무국장은 “군대에서 옳다고 하는 교육의 내용을 들어보면 남북전쟁 시절 북한을 적으로 인식하게끔 한다”며 “적이라는 개념은 다른 민족이다. 앞으로 통일해야 하는데 기조가 안 맞아서 되겠는가”라고 한탄했다.

그는 지난 7월 17일 서울 강동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 군부대가 강의를 맡아 진행됐던 나라사랑교육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이날 교육에 참석했던 20여 명의 아이는 교육이 끝나기도 전에 교실을 뛰쳐나왔다.

현직 장교가 가르치는 이 강의의 PPT와 동영상에는 잔인하고 충격적인 고문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수준에 맞추지 않은 군 장병 교육용 자료를 여과 없이 학생들에게 교육해 문제가 된 것. 이 일로 같은 교육을 받을 예정이던 해당 지역의 학교는 시민단체들의 항의로 일시 중단했다.

이 사무국장은 “이 같은 일은 안보교육에 대한 강사, 교제 등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발생한 것”이라며 “교육청에서 인정한 강사가 아닌 군 장교가 청소년 수준에 맞추지 않은 자료로 교육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잘못된 안보교육을 받게 되면 사회를 정치 편향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세뇌돼 사회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게 된다는 것이 이 사무국장의 주장이다. 그는 “더 이상 반교육적이고 폭력적인 군 안보교육으로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정부는 제대로 된 안보교육을 해 옳고 그름에 대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전문 강사 양성 ▲청소년에 맞는 수준별 교재 제작 ▲교육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 ▲자료 제작 시 시민단체가 검수·참관 자격 부여 ▲교육 시 시민단체에 감시·감독 권한 부여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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