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의 영성을 어루만지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저마다의 생각과 문화가 다르고, 감동을 받는 방법이 다르듯 한국인의 심금을 울리는 음악에는 한국의 전통가락만한 것이 없다고 본다.

얼마 전 기자는 서울 향린교회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국악컨퍼런스’에 참여했다. 교인들은 대부분 일반 찬송가보다는 국악찬송가를 애용했고 전통가락이 깃든 이 찬송에 더 은혜를 받고 있었다.

조헌정 담임목사는 “국악찬송가를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떠나갈 교인들이 더 많을 것”이라며 전통가락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표출했다.

찬송가의 멜로디에 의해 신앙이 좌지우지돼서는 안 되지만 서양의 문화를 내포한 기독교문화를 무조건 정답인양 받아들일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 한국에 들어온 이상 한국인이 수용하기 쉬운 문화를 접목해 종교로서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다면 한국 전통가락으로 옷을 갈아입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전통가락의 중요성을 인식한 곳이 비단 한 교회, 교계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한국 전통가락의 매력에 흠뻑 빠진 각 국의 외국인들이 한국인 고유의 전통가락과 문화를 살려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개최된 ‘2009 아리랑 세계화 국제 심포지엄’이 바로 그 예다.

발제자는 대부분 외국인들로 한국을 대표하는 민요인 ‘아리랑’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아리랑’이 사회적으로 화합의 힘을 갖고 있음을 역설했다.

그들은 전통을 이어나가기 위해 아리랑의 고향인 강원도 정선에 아리랑연구소 설립과 아리랑축제 개최 등 한국의 독특한 문화를 세계적인 상품문화로 만들 수 있다는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2008년 2월 약 200명의 뉴욕 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북한 평양에서 연주회를 가졌다. 미국과 북한 음악가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아리랑’이 울려 퍼지자 국적을 초월해 세계인들이 눈물을 흘렸으며, 기립박수와 함께 앙코르를 외쳤다.

말도 통하지 않지만 어떻게 ‘아리랑’에 담긴 아름다움과 한을 이해할 수 있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 나라의 연결고리였던 ‘아리랑’의 곡조 있는 그 음색이 전 세계적인 화합의 힘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만한 힘을 갖고 있는 우리 전통가락은 한국인의 신앙적 화합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한국교계는 분단과 분열의 조장보단 화합과 조화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눈에서 바라보는 ‘우리 것’의 소중함을 이젠 우리 스스로가 인식하고 세계에서 인정하는 귀한 가치임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인이 아니면 누가 한국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으랴.

작은 나라, 그 안에서도 나누어져 있는 교계, 한국적인 것을 표출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 중 한국에 내재돼 있는 전통가락의 힘이 하나가 되도록 도와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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