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에서 시인 김수영 역을 맡은 배우 오대석. (사진제공: 서울문화재단)

[천지일보=손예은 기자]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가 시인 김수영을 조명한 연극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를 무대에 올린다.

연극 제목인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는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마주하며 살아갔던 시인 김수영(1921~1968)의 저서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1965)’ 첫 소절이다.

1921년 종로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의 암울한 현대사와 함께한 김수영은 무엇보다 ‘김수영’으로 살아가려 애쓴 인문주의자였다.

그는 현대 문명과 현실을 비판하던 서정적 모더니스트이자 자유와 저항을 부르짖던 작가로서 ‘구름의 파수병(1956)’ ‘하…그림자가 없다(1960)’ ‘풀(1968)’ ‘시여, 침을 뱉어라(1968)’ 등 수많은 시와 산문을 남겼다.

1968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48살 짧은 인생을 마감했지만, 일제강점기부터 4.19혁명과 5.16군사정변 등을 온몸으로 겪으며 자기반성과 폭로, 사회현실에 대한 맹렬한 비판을 담은 그의 시는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현실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 연극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에 출연하는 배우들. 왼쪽부터 재엽과 원조 역을 맡은 정원조, 강신일 역을 맡은 강신일, 시인 김수영 역을 맡은 오대석. (사진제공: 서울문화재단)

자신답게 살기 위해 온몸으로 작품 활동에 몰입했던 그의 시는 ‘김수영’ 생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의 시와 산문,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로 어떤 개인사적인 순간에 그 작품을 쓰게 됐는가를 무대 위에 끌어들인 것이 연극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다.

작품은 단순한 시인 김수영의 일대기 재현이 아닌 김수영을 매개로 한국 현대사와 현시대가 만나는 지점, 예술가와 우리 자신이 만나는 순간을 다큐멘터리 드라마 형식으로 그리고 있다.

지난해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로 2013 동아연극상 작품상·희곡상, 2013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등 연극계 주요 상을 수상한 연출가 김재엽이 ‘장석조네 사람들(2011)’ ‘풍찬노숙(2012)’에 이어 남산예술센터에 올리는 세 번째 작품이다.

그는 “김수영의 시는 우리에게 자신(自身)으로 살고 싶은 소망을 들여다보게 한다”며 “우리 안의 김수영을 만나게 되는 순간,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발견할 수 있도록 관객과 소통하는 공연을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작품에는 연극뿐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배우 강신일이 실명으로 극에 등장한다. 이 작품을 쓴 작가 ‘재엽’도 극 속에 등장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알리바이 연대기’에서 재엽 역을 맡았던 배우 정원조가 재엽과 원조 역을, 배우 오대석이 김수영 역을 연기한다.

드림플레이 테제21과 공동제작한 연극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는 11월 4일부터 30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성인 2만 5000원, 학생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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