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목회사학연구소와 목회와신학, GMN은 ‘목회자의 이중직, 불법에서 활성화까지’라는 주제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중앙교회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주요 교단, 겸직 ‘불법’으로 규정… 현실 괴리 커
‘목구멍이 포도청’ 알바 뛰며 말 못할 고민에 ‘끙끙’
개신교 교단, 목사수로 교세 자랑… 생존지원은 뒷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1. A목사는 교회와 가정 양쪽을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어서 일을 찾았다. 택배물류센타에서 야간에 분류작업을 하는 일이었다.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일했다. 새벽기도 때문에 양해를 구해 마감시간을 30분 앞당겼다. 급료는 한 달 120만 원 정도 벌었다. A목사는 이 일을 1년 정도 하다가 그만뒀다. 그러나 올해 또다시 가정에 경제적인 위기가 찾아와 갈등을 겪어야 했다.

#2. B목사는 지난 2010년 교회 창립예배를 앞두고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양계농협에 취직했다.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그는 그곳에서 선교도 할 수 있었다. 날마다 일이 끝날 때마다 직원들과 대화를 나눴고, 시간이 가면서 회사에 신우회까지 만들었다. 정기예배도 드릴 수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을 찾았지만 B목사에게 직장은 또 다른 사역지가 됐다.

생계를 위해 목회 외 다른 직장을 찾는 목회자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개신교 주요교단들은 목회자가 다른 직업을 갖는 것을 불법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면서도 교단은 교세를 위해 오히려 목회자 양성에 힘을 쏟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17일 목회사학연구소와 목회와신학, GMN은 ‘목회자의 이중직, 불법에서 활성화까지’라는 주제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중앙교회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생계를 위해 ‘투잡’을 뛰는 목회자들이 마치 죄인처럼 살아가는 데 대한 호소가 터져 나왔다.

조성돈 목회사학연구소 소장은 “목회자가 생계를 위해 이중직을 갖는다는 것은 현실이지만 현재 대부분 교단들은 목회자의 이중직을 불법으로 여기고 있다”며 “교회의 사례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게 법적으로 규정된 사항이지만 지켜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조 소장은 “한국교회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음에도 목회자들은 대량으로 양산되고 있다”며 “교단이 교세를 늘려가기 위해 많은 목회자가 개척하는 것을 장려하지만 정작 그들이 생존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게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올해 주요 교단이 총회에서 발표한 교세통계에 따르면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을 제외한 나머지 교단은 목회자들의 수가 전년 대비 증가했다. 예장통합은 615명이 증가했고, 예장합동도 448명이 증가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는 350명이 늘었으며 예장합신과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도 각각 62명, 23명 늘었다.

이처럼 목회자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교단이 이들의 생계에는 민감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장진원 굿커뮤니티 목사는 “한국교회 대부분의 교단은 이중직을 금지하거나 제한규정을 두고 있다”며 “실효성과 해석의 논란들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중직에 대한 주장들은 신학적인 근거라기보다는 목회에 대한 주관적인 체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교회의 크기와 사례비가 목회성공의 기준이 되고 있으며, 교회의 재정권을 가지고 성도와 목회자의 갈등과 문제들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다”며 “대부분 목회자 자신이 투자해서 개척하는 한국교회의 특성상 이러한 생존권의 문제는 한국사회에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형성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목회자가 겸직할 수 있는 직업군을 모색했다. 정 교수는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형성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협동조합을 방편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공동체 자본주의 운동에 참여한 사례로는 디딤돌교회, 커피밀, 경기 부천 서로사랑교회 ‘아하체험마을’, 경남 합천 초계중앙교회, 광주광역시숨-쉼교회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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