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신규호(1938~ )

 

풀밭에 누워 벌레소리 들으며
사람을 그리워한다.
벌레와 사람 사이에 피어서
벌레를 벌레 되게 하는 풀꽃.
풀꽃이 바람에 흔들릴 때
벌레 울음 높아지나니,
벌레와 사람 사이에 피어서
사람을 사람 되게 하는
나 또한 피어날 수 있을까. 

[시평]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밤이면 풀섶에서 풀벌레가 운다. 풀벌레는 왜 우는 것일까. 듣는 사람의 심회를 더욱 쓸쓸하게 만드는 풀벌레 울음소리. 풀벌레 울음소리를 들으면 왠지 마음이 더욱 스산해진다. 스산한 마음 속 문득 사람이 그리워진다.
문득 사람이 그리워지는 것은 다름 아닌, 풀벌레의 울음소리 때문이요, 풀벌레 소리가 더욱 가슴에 다가오는 것은 이제 막 스러지려는 안쓰러운 가을 풀꽃이 바람에 이리저리 쓸리고 있기 때문이리라. 풀꽃과 바람과 풀벌레의 울음소리가 서로 하모니를 이루어 가을의 정취를 더욱 높이는, 그리하여 사람의 심회를 더욱 스산하게 만드는 가을 어느 날.
문득 사람을 그리워할 수 있는, 그 정취. 바쁜 도시의 일상 속에서 사람도 그리워할 시간조차 없이 바쁘게 돌아치는 삶속에서, 아, 아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 이러함이 바로 사람이 사람으로서 피어나는, 그 길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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