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문화가족 연령별 현황 ⓒ천지일보(뉴스천지)

다문화 가정 부모들, 정부 정책에도 깊은 한숨
아이에게 가는 시선 생각하지 않는 학교에 서운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1. 고등학생인 A군은 어렸을 때부터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다방면에서 뛰어나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다문화가정이라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A군은 어머니에게 부탁해 학교에 다문화가정 자녀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남편과 일찍 사별한 A군의 어머니도 가정형편보다는 아들의 학교생활을 더 걱정해 다문화나 한부모 가정이 받을 수 있는 지원 등을 받지 않은 채 힘들게 가정을 꾸려오고 있다.

#2. B씨는 중학교에 입학하는 자녀 C군에게 담임교사가 물어봐도 다문화가정 자녀라는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C군은 습관이 돼 자신도 모르게 ‘다문화 가정인 사람이 있다던데 손을 들어봐라’는 담임교사의 말에 손들 들었고 지금까지 왕따를 당하고 있다.

정부가 ‘다문화가족 자녀세대 학교생활 적응 향상’ 내용 등이 포함된 ‘제2차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 등을 시행하고 있으나 이들의 학교생활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많은 다문화가정 학부모들은 자녀 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학생들은 다문화가정이라고 밝히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이주여성 자조모임인 생각나무 BB센터 안순화 공동대표는 “다문화가정이라고 밝히면 학교생활이 힘들어질까봐 학교에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다문화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주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안전행정부의 ‘외국인주민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자녀 가운데 만 7~18세는 8만 2894명에 달하며 그중 초등학생은 4만 9929명이다. 만 6세 이하는 12만 명이 넘어 앞으로 초등학생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14일 본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국적의 학부모들에게 애로사항을 물어본 결과 학교 측의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역차별을 낳는 경우가 많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 둘을 둔 단가옥(37, 여) 씨는 “학교에서 다문화가정 자녀 프로그램을 따로 진행하는데 아이가 싫어해서 참여시키지 않고 있다”며 “지나친 관심이 또래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차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아이에게 가는 시선은 생각하지 않은 채 공개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다문화가정이라는 것을 부각해 다 보는 앞에서 지원금을 주는 사례도 많다”며 “이제는 학교와 교사가 현장에서 아이들을 배려하지 않은 정책이나 말, 행동은 어떤 게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문화 정책이 초등학생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3 아들과 대학교 1학년 딸을 둔 주영숙(45, 여) 씨는 “예전보다 모든 상황이 좋아졌으나 다문화 자녀 정책이 초등학생에게 초점이 맞춰져 아쉽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둔 최희숙(46, 여) 씨는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초등학생이다 보니 순수해 금방 다시 친해졌다”면서도 “중학교에 가면 다시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걱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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