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종교계의 화두는 단연 ‘화합과 상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각 종교가 연합해 여러 기관과 단체를 만들고, 연중 큰 문화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성탄절과 석가탄신일이 되면 기독교계와 불교계가 서로 축전을 보내고, 행사에 참여해 각 종교의 절기를 축하하는 모습도 이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로가 서로의 종교를 인정하고 함께 상생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이를 위해 각 종교의 대표자들이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가 하면, 종교지도자협의회를 만들어 국가의 대소사에 각 종단의 의견을 표명하고 문제를 해결해 가고자 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최근 성탄절이 다가오자 그동안 심심치 않게 거론되어 오던 문제가 다시금 불거져 기독교계와 불교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름 아닌 서울시청 앞 광장에 대형트리를 설치하는 문제다.

대형트리를 설치하는 것이야 뭐가 문제가 될까 싶지만, 불교계 일각에서 반대하고 나서는 것은 이 대형트리 위에 십자가를 다는 것의 유무다. 특정 종교의 상징물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혹여 정부가 특정 종교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성탄절에 시청 앞 점등행사에 십자가 설치를 금지한다면 이 또한 불교계가 ‘십자가 설치는 종교편향이다’라는 주장과 동일하게 기독교를 향한 종교편향, 종교차별이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정말 이 나라의 종교계가 진정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려고 노력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정으로 화합과 상생을 원한다면 ‘십자가는 안 된다’느니 ‘이는 종교편향’이라는 말을 쉽게 내뱉을 수 있는지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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