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그야말로 아리랑은 우리 한민족과 오랜 세월 희노애락(喜怒哀樂)을 함께한 노래라고 볼 수 있다.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아리랑을 함께 흥얼거릴 때면 ‘우리는 하나’라는 믿음까지 갖게 한다. 이런 아리랑의 묘한 매력에 외국인들도 푹 빠졌다. 분단된 남북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아리랑을 꼽은 것이다. 아리랑을 통해 사람 사이의 신뢰, 나아가 통일까지 이룰 수 있다는 마이클 람브라우를 만나봤다.

다양한 문화·스포츠 활동… 정치적 이념은 배제
인적 네트워크 통한 영향력 확대… 
실천이 중요

▲ 아리랑 인스티튜트 마이클 람브라우(Michael Lammbrau) 한국지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통일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문화든 스포츠든 서로 만나 이야기하고 밥을 먹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북에 있는 사람과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파란 눈의 외국인은 통일을 이룰 수 있다며 줄곧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실천’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사실 남북분단의 현실을 살아가는 오늘날 젊은이조차 통일에 대한 관심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도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통일이 가능하다고 부르짖는 이 외국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비영리단체 ‘아리랑 인스티튜트’의 한국지부장으로 활동 중인 독일계 미국인인 마이클 람브라우.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많은 람브라우가 속한 아리랑 인스티튜트는 ‘사람과 사람을 통한 외교’를 슬로건으로 걸었다. 이 단체는 한국과 미국에서 지난 2월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뢰가 쌓이면 통일과 평화도 이룰 수 있다는 비전이 있다. 단체의 회원들은 “하면 된다”는 믿음이 확고하다. 현재 온·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특히 정치적인 이념을 앞세워 통일문제에 접근하지 않는다.

“우리는 좌파니 우파니 하는 정치적인 셈법을 따지지 않습니다. 서로 모여서 신뢰를 쌓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외국인을 비롯해 탈북자, 학자, 문화·예술가 등 다양한 사람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외국인에게 생소할 수 있는 ‘아리랑’을 단체 이름에 넣은 이유가 궁금했다.

“한국과 북한을 아우를 수 있는 게 ‘아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할아버지에게 아리랑을 처음 들었어요. 할아버지가 복무하던 사단의 행진곡이기도 했죠. 아리랑이 또 다른 애국가처럼 남북 모두 부르는 노래라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곡이기 때문에 아리랑을 넣고 싶었습니다.”

이처럼 람브라우가 한국에 관심을 둔 데는 6.25 참전용사인 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할아버지를 통해 한국이 가난한 나라이자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고 들었다. 그의 아버지도 군인의 길을 걸었다. 3대째 군인 집안인 셈이다.

자신 역시 군인의 길을 걷고 싶어 지난 2008년 서울 동두천에서 미군으로 2년간 복무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다시 돌아갔지만,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둔 터라 한국 땅을 다시 밟게 됐다. 이후 고려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을 거쳐 지금은 경남대 북한대학원에서 북한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빅데이터 연구를 하면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가 통일에 관심을 둔 데는 어머니의 죽음과도 연관이 있었다. 갑작스런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것이다. 그러한 고민을 한 끝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내일이 아닌 지금 당장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신념이 생겼다. 이는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통일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연결됐다.

▲ 아리랑 인스티튜트가 지난 5월 탈북자들과 함께 축구팀을 만들어 울산에서 열린 외국인 축구대회에 참가했다. (사진제공: 아리랑 인스티튜트)

이에 따라 아리랑 인스티튜트는 문화와 스포츠를 통한 교류도 비중을 두고 있다. 단체는 지난 2월 ‘북한에 대한 최선의 접근방법’이라는 주제로 첫 세미나를 개최했다. 5월에는 탈북자들과 축구팀을 만들어 울산에서 열리는 외국인 축구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자전거를 타고 부산과 울산에서 출발한 팀이 경북 문경에 모인 후 아리랑 공연을 펼쳤다. 인적 네트워크를 확산시키기 위해 세미나와 함께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었고 출판물도 발행할 예정이다. 사회 각 분야 리더를 인터뷰하고 이를 많은 사람과 공유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발 나아가 람브라우는 러시아와 유럽까지 잇는 대륙 간 철도를 꿈꾸고 있다. “부산에서 서울, 평양, 중국, 러시아, 유럽까지 잇는 기차를 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 기차를 통해 평화를 이룰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적인 통일 이전에 경제·문화 통일을 먼저 이뤄야 합니다.”

지금 남북관계와 관련해 인적·물적 교류가 끊겼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래서 남북 간의 문화·스포츠 교류를 통해 통일을 앞당기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람브라우의 주장에 공감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생각만으로는 꿈을 이룰 수 없죠. 당장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아리랑 인스티튜트를 통해 통일을 향한 불씨를 키워나갔으면 합니다. 한두 번 만나서 신뢰가 쌓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