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개최 지역인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인근 산에서 포크레인이 작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시민단체 “의장국 의무 외면”
주민 “환경 고민 여유 없어”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저기 보이죠? 한쪽에선 환경 회의 한다고 세계인들이 모여 있고 한쪽에서는 올림픽 한다고 산을 깎고 있어요. 저희 주민 입장에선 회의 참석자와 관광객이 몰려오니 둘 다 어쨌든 좋은데 ‘환경’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도 공감해요(강원 평창군 주민 A씨).”

“생물다양성 없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를 규탄한다(녹색연합, CBD한국시민네트워크).”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COP12)는 나고야의정서 발효를 비롯해 DMZ논의, 평창 로드맵 채택, 2020년 생물다양성 목표 중간 점검 등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중요한 행사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환경시민단체와 일부 주민은 생물다양성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녹색연합과 CBD한국시민네트워크는 본회의 개회식이 열린 6일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등록센터 앞에서 “한국 정부는 이번 총회 의장국으로서의 의무를 외면하고 있다”며 “단 3일간의 스키경기를 위해 보호구역 내 수십 년, 수백 년을 이어온 나무를 무참히 자르고 있고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사업을 국가가 나서 서두르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날 개회식 도중에는 시민단체 관계자가 무대 앞까지 나와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를 외치다 관계자의 제지로 쫓겨나기도 했다.

이들이 정부와 강원도에 요구하는 것은 크게 ▲가리왕산 자연림 훼손 중단 ▲4대강 재자연화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 재검토 ▲풍력발전 사업 중단이다.

네트워크는 논란이 큰 가리왕산 벌목과 관련해 “가리왕산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인데 고작 며칠간 열리는 활강경기를 위해 4만 그루가 넘는 나무들이 베어지고 있다”며 “의장국으로서 책임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 지구촌 생물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본회의 개회식이 6일 오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주요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번 총회는 지구촌 생물 올림픽으로 불리지만 정작 지역 주민이 함께 환경 문제를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행사가 아니어서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세계인 20만 명이 몰려온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감자를 선별해 납품해야 할 시기이다 보니 환경 문제를 함께 고민할 겨를이 없다”며 “현재 행사장 주변도, 인근 마을도 조용하니 아쉬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총회 관계자들은 이날 개회식과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의 주장 등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환경올림픽이 돼야 한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아킴 슈타이너 UNEP사무총장도 “유엔 환경계획은 국제올림픽 위원회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올림픽을 개최하는 도시들이 환경을 고려하는 행사를 만들 수 있게 노력하고 있는데 환경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야말로 이번 총회 의미와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저희는 올림픽을 평화적이고 안전하고 환경적으로 개최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생물다양성협약은 기후변화협약, 사막화방지협약과 함께 세계 3대 환경협약 중 하나로 이번 총회에는 194개 당사국 대표단 및 국제기구, 산업계 및 NGO 단체에서 약 2만 명이 참가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총회 개최로 4631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효과와 760여 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