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최근 국내에서 연이은 안전사고로, 정부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이 편하게 쉬어야 할 주거시설에서조차 아직 안전이 우선시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감지기가 대표적인 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이 지난 8일 밝힌 아파트 화재감지기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현재 화재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아파트(공동주택)에 설치돼 있는 대부분의 감지기는 열감지기다.

이는 스프링클러 설비와 작동시간이 거의 유사할 정도로 화재가 발생해야만 작동돼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실제 소방방재청이 지난 2008년 실시한 ‘주택 실물화재 실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열감지기는 연기감지기보다 8분가량 작동시간이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내에서도 몇 년 전부터 화재를 바로 인식하는 감지기 설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고 소방방재청도 연기감지기 효용성 검토를 추진하기로 했으나 더 빨리 조치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의원은 “현재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모든 세대용 주거시설 내에 연기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감지기 설치에 대한 별도의 규정도 아직 없다”며 “소방시설 설치 건설사들은 최소 비용으로 아파트를 지어 이윤을 남겨야 하다 보니 인명피해 방지보다 경제성에 초점을 두고 값싼 열감지기를 선택해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각에서 연기감지기 설치 시 오작동을 우려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해야 할 것은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감지기가 작동되지 않거나 느린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법령이나 조례, 규정 등을 강화해 주택 내에 연기감지기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에서는 공동주택에 대한 감지기 설치 규정이 없어 아파트에서 열감지기, 연기감지기, 불꽃감지기 등 모든 형태의 감지기 설치가 가능하다.

이 의원은 “아파트 화재 발생 시 가장 위험한 것은 연기”라며 “일반 화재와 달리 공동주택 아파트는 피난이 어렵고 고층일 경우 구조 역시 어렵다. 특히 취침 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연기감지기 설치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아파트를 비롯해 주택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다른 화재보다 인명피해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해 화재현황을 장소별로 구분할 경우 단독주택 5977건, 자동차 4828건, 공동주택 4156건, 공장시설 2515건 순 등으로 많았다.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가 1만 133건에 달하는 셈이다. 인명피해별로 구분하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 522명으로 가장 많았다. 단독주택도 503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해 두 번째로 피해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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