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인천 국제공항에 북한 국적의 비행기 한 대가 날아오면서 대한민국이 한바탕 시끄러웠다. 이른바 북한 김정은 체제의 권력 핵심 3인방이 동시에 등장하면서 국내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정확히 황병서는 현재 북한 권력 순위 4위인 인물이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내각총리, 그 다음이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이다. 하지만 총정치국장은 군 서열 1위다. 선군정치의 북한에서 군 서열 1위의 위상은 대단하다. 이들 3인방 세 명 모두 노동당 정치국원들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3인방의 등장이 주목을 받는 것이다.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 차 지난 4일 남측을 방문한 북한 최고위 대표단이 자체 경호원을 대동하고 ‘김정은 전용기’를 이용하는 등 이전 북측 사절단과 달리 ‘최고 실세’로서의 위상을 과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김양건 노동당 비서는 왼쪽 가슴에 김일성·김정일 얼굴이 그려진 배지를 단 자체 경호원들의 수행을 받으며 인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건장한 체격에 감색 양복 차림을 한 경호원들은 짧은 머리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 상황을 시시각각 예의 주시했다. 북한 신세대 경호원들의 행동은 우리의 청와대 경호원들과 흡사했다. 아니 그들은 김정은의 제1선 친위 경호원들로 김정은이 직접 전용기와 함께 동행시킨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대표단은 공항을 빠져나와 인천의 오찬장으로 이동하는 내내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이동했다. 남측을 방문한 북한 대표단이 자체 경호원의 경호를 받는 모습은 지금까지 다른 북측 사절단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북측이 자체 경호원을 대동한 것은 남측이 사전에 준비를 충분히 할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는 이번 방문인 만큼 자칫 발생할지도 모를 만일의 사태에 스스로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대표단에는 황병서·최룡해 등 사실상 북한 최고위층이 포함된 만큼 북한 당국이 그 위상에 적합한 예우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 총정치국장과 총참모장은 북한 내부에서 평소 2명의 경호원으로부터 수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대표단이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이용했던 ‘전용기’를 타고 온 점도 관심을 끈다.

대표단이 타고 온 비행기는 꼬리 날개와 몸통 중앙 부분에 인공기 문양이 그려진 흰색 비행기로 기체 앞부분 창문 윗부분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글씨가 크게 적혀 있다. 김 제1위원장 부부는 지난 5월 이번 대표단이 타고 온 비행기와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 비행기(러시아제 IL-62로 추정)를 타고 공군 지휘관들의 전투비행기술 경기대회를 참관한 바 있다. 현재 김정은 전용기는 2대로 북한 최고위층도 이 전용기를 종종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소식통은 “오늘 북한 대표단이 타고 온 것은 2대의 김정은 전용기 중 하나”라며 “둘 중 하나는 수행원이 많을 때 쓰는 큰 것이고 하나는 작은 것인데 오늘 타고 온 것은 무엇인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3시 보도에서 대표단이 “정부비행대 비행기로 인천을 향해 평양 비행장을 출발했다”고 전하며 이 전용기가 ‘정부비행대’ 소속이라는 점을 밝혔다.

우리의 관심은 왜 북한이 이렇듯 요란한 3인방의 출동을 연출했느냐는 것이다. 단순하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선수단을 환영하고자 하는 쪽으로 분석하기에 그 행차는 너무 요란했다. 특히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출현은 예외다. 북한은 현재 기로에 서 있다. 11월 경 새로운 장거리 로켓 발사와 거기에 더해 제4차 핵실험을 실천에 옮기느냐 마느냐 하는 생존방식의 새로운 선택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3인방은 김정은 위원장의 ‘구두친서’를 들고 왔다. 그 내용은 안 봐도 훤하다. 제발 인권공격 멈추고 삐라살포 말려주면서 잘 지내자는 것이다. 북한의 다급한 요청은 그들의 고위급회담 진행과 실천이 결과를 말해줄 것이다. 바야흐로 남북관계는 새로운 단계로 접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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