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이 개신교 대표 연합단체라는 위상을 완전히 잃었다. 1989년 출범 이래 자체 집계 1200만 명이라는 소속 교인수를 자랑했지만, 2012년 한교연 분리 이후 한기총 탈퇴 러쉬로 주요 교단 교인만 800만 명 이상 줄었다. 끝없이 추락하는 한기총을 진단하고 한국교회의 주류를 이룬 장로교단의 특성을 고찰해본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갈등·논란의 중심… 한기총의 ‘몰락’

한때 보수 개신교 대표 연합기구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는 모양새
‘금권선거·이단논쟁’ 분열 원인 돼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지난 8월 12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경서교회 원로) 목사가 돌연 대표회장 사퇴를 선언했다. 홍재철 목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온다는 신문지상의 보도를 보면서 한국교회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사퇴를 결심했다”는 다소 엉뚱한 입장을 밝혔다. 자신의 사퇴로 개신교계에 충격요법을 줘서 자성을 촉구하고 교인 이탈을 막겠다는 뜻이다.

홍 목사는 입장문에서 개신교 내의 많은 문제점을 조목조목 열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국의 대형교회 중 성한 교회가 어디 있느냐”면서 “전부 모순투성이, 문제투성이에 한 가지도 깨끗한 교회가 없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그가 지적한 한국교회의 문제점은 교권주의, 목회자 비리, 거짓말, 재산 증식, 학력위조, 비자금 조성 등 눈과 귀를 의심할 만한 일들이다.

정작 홍재철 목사 본인도 교회세습과 한기총 대표 회장 관련 잡음과 자질 논란 등으로 문제가 많았다. 사회에서도 지탄받았던 일명 ‘10당 5락(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 10억 원을 쓰면 당선되고 5억 원을 쓰면 떨어진다)’ 사건으로 문제가 됐던 길자연(왕성교회 원로) 목사를 이어 18대, 19대 한기총 대표회장에 연임하면서 끊임없이 논란을 이어왔던 인물이다.

홍 목사의 발표로 공석이 된 한기총 대표회장 자리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이자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여의도순복음) 총회장인 이영훈 목사가 차지했다. 그는 홍 목사가 사퇴한 다음 날인 8월 13일 바로 후보로 등록해, 9월 2일 별다른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새 대표회장에 추대됐다.

이영훈 목사는 교계의 가장 큰 이슈였던 한기총과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한영훈 목사)의 통합 논의에 대해 “한기총을 떠난 교단들이 큰 뜻을 갖고 복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즉, 한기총에서 분리해 나간 한교연이 다시 한기총으로 복귀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기총과 한교연의 갈등의 골이 워낙 깊어 쉽사리 통합 논의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오히려 한기총 내 가장 큰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장 백남선 목사)마저 9월 총회에서 한기총 탈퇴를 확정했다.

이영훈 목사는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CCMM 빌딩에서 한기총 대표회장으로서 첫 기자회견을 열고 탈퇴 교단들의 복귀를 촉구했다. 그는 “모든 문제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적법하게 논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것”이라며 “떠난 상태에서 평행선으로만 가면 답이 없다. 조건 없이 들어와서 모든 현안을 적법하게 다뤄 달라”고 요청했다.

예장합동이 한기총을 떠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내내 시끄러웠던 ‘이단 분쟁’ 때문이다. 한기총은 지난해 1월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를 통해 다락방 류광수 목사를 연구한 결과 이단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해 12월 이대위에서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원로목사를 검증하고 이단에서 해제하는 결정을 내렸다. 한기총의 연이은 이단 해제와 교단 영입은 예장합동을 비롯한 여러 교단의 반발로 이어져 교단들의 탈퇴로 이어졌다.

홍재철 목사는 예장합동·고신 등의 탈퇴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예장합동이 한기총을 탈퇴하니까 많은 사람이 한기총이 금방 무너질 것처럼 착각들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한국 교회교인 수가 줄어든 것이 이단 해제 때문인가. 몇몇 대형교단·대형교회의 문제 때문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한기총을 둘러싼 이단 논쟁이 분열의 빌미가 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처음 한교연이 분리돼 나간 것도 이단 논쟁이 큰 이유였다.

한기총은 지난 2011년 9월 주요 교단들이 이단 혹은 이단성이 있다고 규정한 다락방을 영입한 예장개혁 측을 회원교단으로 인정하며 반발을 샀다. 이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정영택 목사)을 비롯해 상당수의 교단들이 한기총을 탈퇴하고 2012년 또 다른 연합기구인 한교연을 창립해 활동하고 있다.

이단 해제 문제로 촉발된 한기총의 분열은 이후 한기총과 한교연이 서로를 이단으로 정죄하고, 한기총 이대위에서 활동했던 최삼경 목사 등을 한기총이 이단으로 규정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교계가 하나 되지 못하고 서로를 이단이라고 손가락질하며 분열하는 모습이 한국교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올 초 예장합동을 중심으로 제3의 보수 연합기구 창설 논의가 이뤄지면서 교계의 비난이 쏟아졌다. 개신교 내에서 4개의 연합기구가 운영될 판이 되자 이를 우려하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현재 반대 여론에 새 연합기구 창설 논의는 수그러졌으며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에 교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때 보수 개신교를 대표하는 연합기구로 큰 권력을 휘둘렀던 한기총은 현재 예장통합과 예장합동 등 큰 교단들이 탈퇴하면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간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때마다 불거졌던 금권선거 논란도 한기총의 위세를 약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홍재철 목사는 18~19대 대표회장을 연임하면서 금권선거 논란, 정관개정 논란, 이단 논쟁, 고소 남발 등으로 많은 갈등을 겪었다. 그가 사퇴하고 새롭게 이영훈 목사가 대표회장에 취임했으나 이제는 한국교계를 대표하지 못하는 한기총을 어떻게 이끌고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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