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바꾼 조감도. (사진출처: 서울시)

남대문시장 상인 “재래 시장 폐쇄하겠다는 것”
서울시 “상인·주민들 민원, 2차례 걸쳐 협의”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서울시가 서울역 고가도로를 녹지공원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야심차게 밝혔지만 인근 남대문 상인 및 주민들이 이를 반대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역 고가를 ‘사람’ 중심의 녹색 시민 보행공간으로 재생시키겠다”고 지난달 23일 밝혔다. 박 시장은 “폭 10.3m, 총 연장 938m의 서울역 고가는 도시 인프라 이상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가 있는 산업화 시대의 유산”이라며 “철거하기보다 원형 보존하는 가운데 안전, 편의 및 경관을 고려한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버려진 폐철로를 활기찬 도시 랜드마크로 탈바꿈시킨 뉴욕의 하이 라인파크를 뛰어 넘는 선형 녹지공간으로 재생시키겠다는 게 서울역 고가를 녹지공원으로 바꾸는 목적이다.

시는 서울역 고가 인근에 서울 성곽·숭례문·한양도성·남산공원·남대문시장·(구)서울역 등 역사 문화유산이 있어 걸어서 즐기는 도심 속 쉼터이자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네이트Q가 지난 9월 28일(하루) 불특정다수 네티즌 5963명을 대상으로 ‘서울역 고가도로 녹지조성,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주제에 대해 호불호를 가린 가운데 찬성(63%)은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지지했고, 반대(37%)는 ‘통행 단절, 상권 침체’를 우려했다. 기타는 1%로 나왔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시민들은 이를 반기는 분위기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28일 포털사이트 네이트가 5963명의 네티즌을 대상으로 ‘서울역 고가 도로 녹지 조성’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62%(3690명)가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 측도 적지 않았다. ‘반대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37%(2195명)나 됐다. 고가가 폐쇄될 경우 교통량이 줄면서 상권이 침체하고, 재래시장의 발전을 저하시킨다는 게 그 이유다.

상인들의 반발도 거세다. 남대문시장 상인회와 중림동, 회현동 주민들은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 반대 추 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서울역 고가 도로 공원화 결사반대’ 현수막을 내 거는 등 반대 의지를 불태웠다.

신철원 남대문시장 상인회 상무이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는 20년간 방치됐던 철길을 활용한 것이지만 서울시는 멀쩡히 운영되고 있는 도로를 폐쇄하면서까지 공원을 만들겠다고 한다”며 “중구에서 마포구, 중림동, 만리동으로 넘어가는 차들이 엄청나 다. 그 길을 없애고 만들겠다는 것은 남대문 시장을 폐쇄하겠다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또 그는 “사업안 발표 전까지 주민 의견 수렴이나 협의 절차도 전혀 없었다. 고가도로가 공원화된다는 것도 언론을 보고 알았다”며 “서민을 위해서 한다고 하는데 이게 무슨 서민을 위한 정책이냐.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서울역에 있는 노숙자 300여 명의 쉼터가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남대문 시장에서 장사하는 유현 우(59, 남, 서울시 성북구 길음동) 씨는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는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물건을 사러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권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윤상명(45, 남, 서울시 중구 남 산동1가) 씨는 “지금도 물건을 사러 오는 소매업자들이 주차할 공간이 없어 길가에 세워놨다가 딱지를 끊는 일이 많다”며 “공원까지 들어서면 주차공간은 누가 마련해줄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 서울시가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를 벤치마킹해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만들기로 했다. (사진출처: 서울시)

상인회는 오는 12일 시민들이 고가도로 걷기 행사를 할 때 앞에서 반대시위를 할 예정이다.

반면 서울시는 상인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상인과 주민들의 민원은 지난달 1·18일 2차례에 걸쳐 협의했다”며 “상인들에게 통보 하지 않고 진행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줄어든 버스 노선, 버스 정류장 설치, 횡단보도 추가 설치 등 그동안 쌓였던 민원이 이번 고가 사업을 통해 분출됐다”며 “도시교통본부에서 해결 가능한 부분은 즉시 들어줄 것이나, 상인들끼리 합의를 보지 못한 사항은 합의 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역 노숙자와 관련해선 “노숙자의 인격을 존중해 쉼터로 유도하고 있지만 원활하지 않다. 설계를 할 때 밝기를 조절하는 등 고려해서 설계하고, 운영 중에는 자활지원과에서 예방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는 오는 10월 국제현상 공모를 실시해 세부계획을 마련하고, 당선 작이 선정돼 설계안이 나오면 내년에 구체적인 설계과정을 거쳐 공사에 착수, 2016년 말 완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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