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오전 9시 14분께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인근 해상에서 유람선 바캉스호가 좌초되자 인근 어선이 현장에서 승객들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1987년 건조된 노후선… 세월호보다 더 오래돼
주민이 안전문제 지적, 탄원서 냈지만 ‘묵살’
운항 적합판정 받은지 6개월도 안 돼서 사고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세월호에 대한 트라우마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30일 전남 신안 홍도 인근 해상에서 171t 유람선이 좌초됐다. 배에 타고 있던 관광객 104명, 승무원 5명 등 총 109명은 모두 구조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30일 오전 9시 14분께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해상 200m 앞 해상에서 신안선적 유람선 바캉스호가 암초에 좌초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은 자율구조 어선을 긴급 동원해 사고 발생 30분(9시 42분께) 만에 승객 전원을 구조했다.

바캉스호는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승객을 태우고 홍도를 유람하던 도중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에 따르면 암초에 부딪힌 바캉스호는 선미 쪽 20%가 물에 잠긴 상태지만 침수되진 않았다.

해경은 기름 유출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인명구조 후 주변 어선 3척을 이용해 배를 홍도항으로 끌어다 놓았다.

일본에서 사들인 20년 이상 된 노후선이라는 점에서 홍도 바캉스호는 세월호와 비교되고 있다.

길이 37.44m, 폭 7.6m, 깊이 3.2m, 정원 355명 규모의 이 선박은 1987년 건조돼 일본에서 수입된 중고선이다.

이 선박은 선박안전기술공단 사천지부에서 지난 3월 중순부터 한 달가량 선박 안전검사가 이뤄졌고 4월 17일 선박안전법 규정에 따라 운항 적합판정을 받은 뒤 유람선으로 관광지에 투입됐다. 이후 바캉스호는 매일 세 차례(한 차례 약 2시간 30분) 홍도 인근 해역을 운항해왔다.

안전 문제가 지적됐음에도 운항에 들어가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지난 4월 침몰한 세월호(선령 21년)보다 6년 오래된 바캉스호는 운항 허가 당시 배 노후 문제로 주민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홍도 청년회원 등 주민 70여 명은 유람선 허가를 불허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목포해경에 제출했지만, 바캉스호는 5월부터 운항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낡은 수입 중고선이 이번 사고의 시발점이 됐다는 논란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해수부가 여객선 선령 제한을 최대 30년에서 20년으로 제한하고 매년 엄격한 검사를 거쳐 최대 5년만 연장 운항하는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대책안’을 발표한 바 있다.

▲ 30일 오전 9시 14분께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인근 해상에서 좌초된 유람선 바캉스호에서 구조된 승객들이 목포 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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