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신학(神學)을 배워야 하는 교회에 신학이 없어 한국교회가 갈 길을 찾지 못하고 공황상태에 빠졌다. 신학자들은 ‘신학 부재’를 지적하며 대안을 제시하지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22~25일 개최된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에 참석한 총대의 발언에서 이 같은 한국교회의 위태로운 상황이 단적으로 투영됐다. 총회 기간 회의 진행 내용은 온라인으로 실시간 송출됐고,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시청할 수 있었다.

신학교육부 보고가 이뤄진 24일, 한 총대는 총회를 향해 예장통합의 신학노선을 명확히 해달라고 토로했다. 그는 “신앙과 직제 문제라든지, 가톨릭, WCC 문제 등에 대해 교단 신학교나 교수들이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 때문에 교인들이 떠나가고 있다고 목회 현장에서의 고뇌를 표출했다. 그러나 그의 호소는 해답을 얻지 못한 채 묵살됐다.

목회 현장에서의 신학 부재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많은 목회자와 신학자가 매년 논의를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2년 노영상 장로회신학대 기독교윤리학 교수는 한국교회를 진단하는 세미나에서 한국교회의 침체 원인으로 신학 부재를 꼽았다. 그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침체는 많은 부분 신학의 부재에 있다”면서 “신학의 부재가 설교의 위기로 이어지고 대사회적 발언의 빈약함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대학의 김경진 예배설교학 교수도 한국교회 예배 갱신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신학이 없는 감흥 위주의 예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신학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신학전문서적 출간에 애를 쓰는 목회자도 있었다. 새물결플러스 대표 김요한 목사는 한국교회 강단의 설교가 미신화, 저질화, 세속화해가는 원인을 신학부재에서 찾고 이를 채우기 위해 서적 출판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이쯤 되면 한 가지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수많은 목회자가 그동안 신학을 연구해 나름대로 결과를 내놓았지만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학은 말 그대로 神學이어야 한다. 신이 누군가를 택해 알려주어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연구해서 내놓는 주석이나 이론은 신학이 될 수 없다. 한국교회에 신학이 없는 이유도 결국 교회지도자를 가르치는 신학교에 神 곧, 성령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라 누구도 해결 못할 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인정하듯 神學이 없는 곳에 신의 말씀을 가르친다는 목회자이 있을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먹고 살기 위해 직업으로 목회를 한다면 삯꾼 목자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목회자들 스스로 현재의 신학 부재가 무엇을 뜻하는지 냉정히 판단해봐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