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정부 예산으로 공무원연금 부족분을 충당하다 보니 원천적인 해결 방법을 두고 역대 정부가 고민해왔다. 그동안 공무원연금 기금 운영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던 정부의 기금 운영 잘못으로 재원 구조가 취약한 상태에서 지난 1997년 발생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 구조 조정으로 한꺼번에 11만 3000여 명의 공직자 퇴출로 정부 부담금 4조 7169억 원의 퇴직 급여를 공무원연금 기금에서 지출하는 등 연금 기금의 취약점이 가속화돼왔다.

그런 연유로 인해 공무원연금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2001년, 2009년 등 몇 차례에 걸쳐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되고, 공무원과 정부가 내는 기여금과 부담금 비율이 올라갔으나 공무원연금 부족분에 대한 정부의 지원보전액이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정권 5년간 매년 평균 3조 원, 다음 정권 5년은 평균 6조 6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니 박근혜 정부가 공언한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손질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청와대,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과 관련해 국민 여론과 이해당사자인 공무원 및 퇴직자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몰고 가려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될 터인데, 마침내 그 문제가 터졌다. 새누리당이 국민연금학회에 의뢰해 만들어진 공무원연금 개혁안 공청회가 22일 국회에서 열리기로 계획됐으나, 알려진 바에 의하면 공무원연금 보험료를 43%가량 올리고, 연금 수급액은 34%까지 차츰 줄여나가는 개혁안을 놓고 토론을 벌일 예정이었지만 이에 반발한 공무원 노조 조합원들의 방해로 공청회장은 난장판이 된 채 무산되고 말았다.

새누리당이나 정부가 공무원연금에 대한 합리적인 개혁안을 내놓아야 하겠지만 공노조에서는 국민연금학회의 구성원에 다수의 재벌 보험사와 사적보험시장 옹호론자로 구성돼 직업공무원제도나 공무원연금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국민연금 평균액 87만 원에 비해 공무원연금 평균 219만 원은 특혜이니 대폭 줄이자는 것과 이미 퇴직한 연금수급자에게 3% 부담 권고안은 사유재산 침해로 위헌 소지가 있는 등 일방적 방안이라고 맞서고 있는 중이다.

공무원연금은 반드시 개혁돼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연금에 치중되는 사적 연금시장 확대 움직임이나 개혁안 마련 과정에서 공노조, 퇴직자 대표의 의견 배제는 문제가 따른다. 정부의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거 정부의 잘못된 공무원연금 운영 분석과 반성도 있어야 한다. 정부·여당이 공무원과 민간 직장인의 퇴직금 구조, 부담비율과 납부 기간 등을 따지지 않고, 국민연금액에 비해 공무원연금액이 많다는 단순 논리로 사회 여론을 등에 업고 몰아붙이는 것도 좋은 방도가 아니다. 각종 불리한 근무 조건과 낮은 보수 및 퇴직금, 권리 제한 등에 따른 대가를 공무원연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공노조의 목소리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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