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적 감각과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조선 청화백자 기획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사진은 모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백자청화산수무늬詩명팔각연적(조선 18~19세기, 높이 12.6㎝, 보물 1329호), 백자청화산수무늬항아리(조선 18세기, 높이 38.1㎝), 백자청화풀꽃무늬수반(조선 18~19세기, 높이 13.8㎝) 순이다.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청’과 ‘백’ 조선의 기품 담아
왕실 예술품 500여점 공개
일제강점기 후 전시품 최초 선봬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공예와 회화가 결합된 왕실 미의식의 정수(精髓)인 조선시대 청화백자. 간결하면 서도 화려한 듯 보이는 아름다운 무늬에 은은한 청과 백의 조화를 덧입힌 조선 왕실의 예술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30일부터 11월 16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기획전시 ‘조선 청화, 푸른빛에 물들다’를 연다. 이번 기획전은 국내에서 열리는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청화백자 전시다. 전통 백자의 미감 (美感)을 이은 김환기, 이우환의 회화와 현대 청화백자 작품까지 전시유물은 총 500여 점에 이른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공예이자 회화이고 그릇이자 미술품인 청화백자의 특성과, 하얀 바탕에 파란 그림을 그려 넣는 한국적 감각과 방식, 그 안에 내재된 우아한 아름다움을 일관된 흐름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에는 일본 도쿄국립박물관과 이데 미쓰(出光)미술관,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에 소장돼 있는 조선 청화백자 명품과 더불어 중국 명대(明代)의 최고 걸작이라고 하는 영락(永樂)·선덕(宣德) 연간의 청화백자, 그리고 일본의 이마리(伊万里) 자기를 함께 선보인다.

국내에서는 국립고궁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호림박물관 등 14개 기관이 자랑하는 조선 청화백자 대표작이 한자리에 모인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 창고에서 일제 강점기 이후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유물들도 대거 전시된다.

전시는 모두 5부로 구성됐다. 1부 ‘조선 백자 그리고 청화백자’, 2부 ‘청화백자, 왕실의 예와 권위’, 3부 ‘문인이 사랑한 청화 백자’, 4부 ‘청화백자, 만민의 그릇이 되다’, 5부 ‘현대에 살아 숨 쉬는 청화백자의 미감’ 등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중국 원나라에서 시작돼 18∼19세기 일본과 유럽까지 세계를 뒤흔든 최고의 하이테크(Hightech)이자 고부가가치 상품이었던 청화백자가 조선에 처음 등장했을 때의 이야기를 다룬다.

조선 왕조는 백자를 왕의 그릇으로 정했고, 조선 왕실의 백자는 경기도 광주 관요(官窯) 곧, 사옹원(司饔院, 조선시대 임금의 식사와 대궐안의 음식 공급에 관한 일을 관장하기 위해 설치했던 관서)의 분원(分院)에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백자 위에 왕실 도화서(圖畫署)의 화원들이 코발트(Cobalt) 안료로 그림을 그렸다.

순백의 백자가 조선을 개국한 신진사대 부의 성리학(性理學)적 정신세계를 투영 했다면, 청화백자는 이에 더해 조선 왕실 미술의 화려한 품격을 보여주는 고급품이었던 셈이다.

조선 청화는 조선 왕실이 세운 예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문인 지식인의 취향을 한껏 반영하기도 하고, 꿈과 바람이 온 천하를 뒤덮듯 사회상과 관심사, 특히 장수와 복을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기도 했다. 때론 단아하고 때론 화려한 모습으로 그 품격을 이어왔다. 이러한 조선청화의 미감은 1950년대 한국조형문화연구소를 거쳐 현대 회화와 도예 작품으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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